*北의도 파악 위한 떠보기? 한국 대북 유화론 흔들기?
미국 언론에 17일(현지시간) 북한의 핵실험 준비 가능성이 보도된 것은 미 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핵실험 관련 활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 능력과 관련해 돌이킬 수 없는 ‘레드 라인’으로 핵실험을 상정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미국의 압박과 무시만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2년 내에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은 50% 정도라고 보고 있다. 핵실험을 ‘벼랑 끝 전술’의 마지막 최고 단계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미 언론들이 전하는 북한 핵실험 준비의 근거는 핵실험 장소로 의심되는 곳과 외부 관측장치를 연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케이블 뭉치가 발견된 것이다. 케이블의 용도는 다양하기 때문에 이 케이블이 핵실험 의혹시설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평계 지역에서 발견됐다는 것만으로 핵실험 준비를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ABC방송 등도 미 정보당국의 판단이 ‘결론적인 것은 아니다’고 조심스럽게 보도하고 있다.
북한이 과연 핵실험 강행 의도가 있는 지 여부와는 별도로 미 당국이 관련 정보를 언론에 흘린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이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 조치 등 압박수위 강화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고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 논란으로 한미동맹 미래에 관해 불투명한 전망이 나오는 시점에서 북한 핵실험 준비설이 불거진 것은 예사롭게 보아 넘기기 어렵다.
북한의 진정한 의도를 간파하기 위한 ‘떠보기’ 못지않게 한국의 대북 유화론자들을 겨냥한 ‘흔들기’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 행정부 내에서도 특히 국방부가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 등과 관련한 최근의 한국 움직임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으며 백악관, 국무부 등과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한국에 대해 압박 카드를 구사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핵실험 준비 보도는 지난해 4월 핵실험 시설 의심 지역에 관람대가 설치됐다며 핵실험 임박설이 제기돼 야단법석이 벌어졌던 때보다는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의도 여하에 따라서는 한미간에 또 미묘한 인식차를 남길 수도 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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