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증기금의 신용보증서를 불법으로 받아낸 뒤 이를 담보로 시중은행에서 200억원 가까이 대출 받은 '가짜 기업인'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기술력은 있으나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출연 기관인 기보의 신용보증서를 따낼 목적으로 뇌물 제공과 골프 접대를 위한 계모임까지 조직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7일 유령회사를 만들어 기보의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은 뒤, 시중은행에서 거액을 빌린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신모(44ㆍ서류위조책)씨 등 10명을 구속하고 안모(45ㆍ대출알선책)씨 등 10명을 수배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금품과 골프접대를 받고 대출을 도와준 혐의(특경가법상 수재)로 K은행 전 지점장 정모(53)씨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 등은 기보의 신용보증서만 있으면 시중은행에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점을 악용, 2000년 4월 전자화폐개발 장비를 구입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K은행에서 18억원을 대출받는 등 6개 은행에서 189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다.
조사결과 이들은 기보의 기술심사와 은행의 대출심사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기보 관계자들과 은행 지점장들에게 정기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기 위해 계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1월 안씨 일당으로부터 1억6,000여만원을 받은 뒤 현장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신용보증서를 발급해 준 신용보증기금 전 직원 주모(33)씨 등 6명을 적발했다.
경찰은 "부실기업에 대한 사기대출 사건 수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신보뿐 아니라 기보까지 범행 대상이 된 사실을 밝혀냈다"며 "사기대출 정황이 더 있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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