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신한금융지주가 선정된 16일, 각 금융그룹의 자산 규모 비교를 두고 소동이 벌어졌다. 신한측이 언론에 전달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의 총자산 규모가 219조원으로 늘어나 국민은행(287조원)을 추격하는 한편, 3위인 우리금융지주(187조원)를 훌쩍 따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일부 언론들은 국민ㆍ신한의 2강 체제로 재편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자 우리와 국민이 발끈했다. 신한이 회계기준상 자산에 포함되지 않는 실적배당상품과 자산운용사의 수탁고를 포함시켜 자사의 자산규모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측은 "자회사인 우리CS자산운용의 수탁고가 14조원으로, 신한 기준대로면 우리도 218조원이 된다"며 "3강 구도지 어째서 2강 체제냐"며 억울해했다. 국민도 "신한 기준이면 우리는 301조원에 달한다"고 반박했다.
이는 작은 혼선일 수 있지만, 은행간 몸집 키우기 경쟁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글로벌 금융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규모에서 밀리면 영원히 뒤처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덩치 키우기에 필사적이다.
이번 매각 역시 LG카드 자체의 가치보다 덩치 경쟁으로 인해 인수가가 기업 인수ㆍ합병(M&A) 사상 최고가까지 치솟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덩치만 키운다고 글로벌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국내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시장 등 단순 여ㆍ수신 시장에서 다툼을 벌일 뿐 파생상품시장, M&A, 프로젝트파이낸싱, 사모투자펀드 운용 등 고급시장은 외국계 금융회사에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다.
단순 예대마진이나 수수료만 챙기는 시장은 아무리 경쟁을 벌여봐야 한정된 파이일 수 밖에 없다. 비좁은 우물 안을 벗어나 고급 시장으로 나가서 외국계 은행과 경쟁을 벌일 때다.
송용창 경제부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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