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 운반선(LNG선)을 잡아라.'
한국이 독주하고, 일본이 일부 분점하는 세계 LNG선 건조 시장에 거센 격랑이 불어닥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일반상선 분야에서 수주 물량을 늘리며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는 중국이 이미 이 분야에 뛰어든데다, 선박분야 원천기술을 많이 보유한 유럽 조선소들도 다시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후동중화조선소는 2004년 광둥 LNG프로젝트용 LNG선을 3척 수주하는 등 지금까지 모두 5척의 수주, 건조에 들어갔다. 중국은 2001년 한국에 LNG선 기술을 요청했다가 좌절되자 프랑스 등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수입, LNG선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 업체들은 중국정부의 '국수국조'(國需國造) 정책에 힘입어 자국내 풍부한 물량을 따낼 수 있는데다, 저임금을 무기로 한국 업체들을 위협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노르웨이의 최대 조선그룹인 아커 야드(Aker Yard)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LNG선 건조사업에 다시 나설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커 야드는 프랑스의 LNG선 건조 조선소인 아틀란티크 조선소를 최근 인수했다. 이 조선소는 지금까지 30척 이상의 LNG선 건조경험을 갖고 있다.
LNG선은 한 척당 주력 선종(15만㎥급)의 가격이 2억 달러로, 15만톤급 일반 유조선(7000만~8,000만달러)이나, 30만톤급 초대형 유조선(VLCCㆍ1억3,000만 달러)보다 가격이 월등히 비싸다. 액화가스를 영하 163도로 유지하는 탱크 건조 등에 상당한 기술과 경험축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고유가 추세가 지속되면서 대체연료로 소비가 급증, 전세계적으로 LNG선 발주 물량이 크게 늘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체 빅3간의 경쟁이라고 할 정도로 한국이 세계 LNG 수주시장을 거의 휩쓸다시피하고 있다. 조선공업협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6년 상반기까지 전세계 149척의 LNG발주 물량 가운데, 한국은 78%인 116척을 따냈다.
일본이 25척, 중국이 5척, 유럽이 3척이다. 이미 3년치 일감을 확보해 놓은 삼성중공업은 2010년,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말까지 각각 연간 건조능력을 현재의 두 배인 15척으로 늘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설계기술이나 건조능력을 볼 때 중국의 추격이나, 유럽 조선사들의 재진출 움직임을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우 건조경험이 없어 품질과 납기에 한계가 있고, 유럽은 기술은 있지만 인건비가 비싸다.
조선공업협회 관계자는 "중국이 저가선박 위주에서 벗어나 고가 선박으로 방향을 돌리면서 5~10년내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이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경우 향후 10년 정도는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