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년 전 출현한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지혜 있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진화의 역사 속에서 인류가 지구상 다른 어떠한 동물보다 지능적 존재가 될 수 있었던 비밀을 풀어줄 단서가 국제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미국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벨기에 브뤼셀대, 프랑스 클로드 베르나르대 공동 연구팀은 17일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간의 두뇌 진화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유전자를 찾았다고 밝혔다.
인간과 침팬지는 600만년 전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진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연구진은 침팬지의 게놈과 큰 차이를 보이는 인간 게놈 영역(HARㆍHuman Accelerated Regions) 49개 중 다른 48개 영역보다 70배나 빠른 속도로 진화한 HAR1을 주목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을 통해 인간의 두뇌 용량이 진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침팬지 등 영장류보다 3배 이상 큰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이 HAR1의 구조 등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118개 염기 가운데 18개가 침팬지와 차이를 보였다. 반면 3억1,000만년 전 분화한 침팬지와 닭의 차이는 단 2개의 불과, HAR1은 진화 과정에서 성립된 인간 만의 특성을 밝혀줄 핵심적 유전 암호를 지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논문 공동저자인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의 데이비드 호슬러 박사는 “HAR1은 인간 두뇌에서 언어와 정보처리 등 복잡한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형성과 관련이 있으며, 이 유전자가 대뇌피질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인류 진화에서 두뇌 용량이 극적으로 팽창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논문과 관련, 앤드루 클라크 코넬대 교수는 AP통신에 “유전자의 변화 속도가 너무나 빨라 변이 과정에서 특이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믿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상적 진화는 아닌 것 같다”고 논평했다. 호슬러 박사는 인간이 나무에서 내려와 두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받은 엄청난 스트레스 때문에 일어난 변화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호슬러 박사는 “아직 HAR1이 인류 진화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했는지 규명하지는 못했다”며 “나머지 48개 HAR에 대한 연구를 통해 HAR1의 기능을 더 많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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