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빠졌던 존버넷 램지 살해 사건의 용의자가 10년 만에 태국 방콕에서 체포됐다.
미국 콜로라도주 보울더 카운티의 메리 레이시 검사는 16일 태국 방콕에서 용의자를 수 개월 동안의 수사 끝에 체포했으며, 이번 주말 미국으로 압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용의자인 존 마크 카(41)는 미국 수사당국과의 공조로 태국 경찰에 체포됐으며, 한때 조지아주 코니어스에 거주했던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카는 태국 경찰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램지의 죽음은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램지의 미모에 반해서 납치한 것은 사실이지만 계획적인 살인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램지는 ‘리틀 미스 콜로라도’ 등 여러 어린이 미인대회에서 우승했던 소녀로 6살이던 1996년 크리스마스 다음날 자기 집 지하실에서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카는 램지를 살해한 뒤 유럽과 남미, 아시아 등에서 영어 강사로 활동하며 10년 동안 도피 생활을 했으며 태국에서 강사 자리를 찾다 검거됐다. 특히 카는 난해 한국에서도 일자리를 찾으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영어 강사 자리를 구하기 위해 한국의 모 외국어학원의 웹사이트에 올려 놓은 이력서에는 “한국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친 적 있다”고 씌어 있어 국내에서 강사생활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미국인들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램지를 살해한 범인이 교사라는 사실보다 범인이 램지의 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램지가 끔찍하게 숨진 채로 발견된 이후 경찰이 램지의 가족들을 가장 유력한 용의자 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벌여 왔기 때문이다.
한 캐나다 신문은 “램지의 가장 큰 불행은 CNN, MSNBC, FOX뉴스 등 수많은 케이블 뉴스채널이 탄생한 90년대에 숨졌다는 점”이라면서 “미국의 방송들은 뉴스는 물론 쇼프로그램까지 모두 램지의 부모가 범인인 것처럼 몰아 세웠다”고 꼬집었다. 사람들은 램지 가족 중 한 사람이 살인을 저지른 후 이를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지하실에 숨겼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램지 부부는 97년부터 지속적으로 검경의 조사를 받았으나 범행 사실을 부인했으며, 경찰은 램지 부부가 조사를 회피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3년 연방법원 판사가 경찰과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가 엉성하게 진행됐다고 지적하며 사건을 폐기토록 결정했다. 보울더 카운티 검찰도 증거 불충분을 인정하며 판사의 결정을 따랐다. 결국 아무도 기소하지 못한 채 수사가 종결돼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이후 새 지방검사가 선임돼 재수사를 시작했지만 지난해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다 올 들어 본격적으로 수사에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와중에 어머니인 팻시 램지는 난소암을 앓다가 6월 24일 숨지고 말았다.
아버지인 존 램지는 이와 관련, “아내는 죽기 전에 수사팀으로부터 범인이 곧 체포되리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램지 가족의 변호사는 “램지 가족의 삶은 미국의 불공정함을 보여주는 비극이며,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이를 통해 무언가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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