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집들의 비싼 가격을 성토하며 입맛을 다시는 자리에서 한 친구가 꿈 같은 초밥집을 소개했다. 한 사람당 1만5,000원을 내면 초밥을 실컷 먹을 수 있는 초밥 뷔페라 했다.
"단, 40분 내에 먹어야 해요. 5분 초과하면 1,000원씩 더 받아요. 근데 그동안 충분히 먹어요." 그렇겠지. "난 스물다섯 접시 먹었어요." 그러면 쉰 개! 그 친구는 엘도라도 얘기를 듣는 듯한 초밥광들 표정에 고무된 듯 날을 잡았다.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만난 다섯 사람은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여의도로 갔다. 매미떼가 쩌렁쩌렁 악을 쓰며 울었다. 머리가 어찔어찔했다. "저거 매미 맞아?" "응, 매미 맞아." 굉장한 데시벨이었다.
오렌지빛 연어, 투명한 광어, 초록빛 날치알, 도톰한 피조개, 갖가지 아름다운 초밥들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맛도 질도 떨어지지 않지요?" 우리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열심히 먹었다.
마라푼타처럼 먹어치워도 조리사들이 화수분처럼 회전대를 채워 놓았다. 포만감에 늘어져 있는데 한 친구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이제는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여기서 쉬면 다 돈이여!" 옆 자리 사람들이 "쉬면 다 돈이여!"를 따라 뇌며 싱글거렸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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