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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포도가 익어가는 충북 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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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포도가 익어가는 충북 영동

입력
2006.08.1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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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 산골 마을에 포도가 알알이 익어가고 있다. 영동은 은둔의 땅이다. 교통이라도 불편했으면 이해라도 빠르지, 일찍이 중요 교통축인 경부선 철도와 경부고속도로가 뚫렸으면서도 개발과는 담을 쌓은 듯 예전 모습 그대로다.

강원도 오지엔 관광 바람이라도 불었건만 영동의 산골에는 변변한 펜션 하나 쉽게 찾기 힘들다. 태백 준령의 강원 경북 못지않은 험한 산세 탓에 손이 덜 탄 영동. 아직도 기억 속 고향의 순수함을 간직한 우리네 ‘산골’이다.

무더위를 피해 찾아간 곳은 영동의 최고 청정계곡인 상촌면 물한계곡. 해발 1,242m의 민주지산과 충북 경북 전북 3도가 만나는 삼도봉(1,176m), 각호산(1,204m)이 어울려서 빚어낸 원시림의 계곡이다. 물한계곡은 1998년 4월에 천리행군을 하던 특전사 부대원 6명이 영하 35도의 혹한과 폭설로 순직했던 곳으로도 유명해진 춥고 깊은 계곡이다.

물한계곡을 따라 오르면 삼도봉. 왕복 4~6시간 코스로 급경사도 없고 초록의 그늘에 가려져 여름 산행으로는 제격이다. 산길 내내 맑은 계곡물이 함께 해 귀가 시원하다. 물한계곡 주차장에 내려 계곡길을 따라 올랐다. 주먹만한 자갈 가득 깔린 등산로가 발바닥 곳곳을 주무른다. 몇 걸음 지나지 않아 초록의 그늘 짙어지면서 지긋지긋했던 무더위가 갑자기 사라진다. 서늘한 기운에 늘어졌던 몸에 생기가 번진다.

계곡의 물은 최근 큰 비가 없었는지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다. 물길 곳곳 앉을 터만 있으면 피서객들이 자리 잡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 조림된 낙엽송숲과 바늘같이 가는 구릿빛 낙잎 수북한 잣나무숲을 지날 때 까지도 청정 계곡 물소리가 곁에서 떠나질 않는다. 물한계곡 최고 비경은 옥소폭포. 계곡길 따라 계속 이어지던 녹색 철조망이 사라지는 곳에 있다. 규모는 대단치 않아도 여러 번 바위에 부딪쳐 떨어지는 폭포의 물길이 시원하다. 폭포 아래 옥빛이 깊고 맑은 소가 3, 4개 염주알 꿰듯 이어져 운치를 더한다.

심천면의 옥계폭포는 충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폭포. 지역 사람들은 박연폭포로도 부른다. 우륵, 왕산악 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꼽히는 난계 박연이 영동 출신이다. 박연은 이 폭포를 자주 찾아 구슬피 피리를 불어댔다고 한다.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떨어지는 30m 높이의 폭포가 피서객들 머리 위로 무지갯빛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폭포에 가까이 다가가니 폭포 앞에는 피서를 나온 가족 등이 텐트를 치고 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 폭포 바로 앞 조금 넓은 소에서는 아예 풍덩 몸을 담궈 자맥질이다. 영동을 대표하는 관광지인데도 아직 행정이 미치지 못한 탓에 피서객들이 맘껏(?) 폭포를 즐기는 것이다. 보는 이야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폭포를 제 정원마냥 즐길 수 있는 그들에겐 지금이 마냥 행복한 순간일 게다. 그러고 보니 웬만한 관광지 중에서 통제 받지 않고 몸으로 즐길 수 있는 곳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

● 와인과 국악이 만나는 영동 축제… 여름이 아쉬워

영동읍의 가로수는 감나무다. 감의 고장을 상징하기 위해 심어진 감나무들은 지금 아이 조막손만한 파란 감을 주렁주렁 매달고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 감이 익기 전 영동의 하늘엔 달콤한 포도 냄새가 진동을 한다. 전국 최대 포도생산지인 영동은 어디를 가나 산자락과 언덕, 벌판 가득한 포도밭이 여름의 절정을 노래하고 있다.

영동읍에 있는 와인코리아는 영동군과 군민이 절반씩 자본을 투자해 설립한 순수 토종 와인 생산공장이다. 폐교를 활용해 지은 공장의 한쪽 구석에 작지만 다양하게 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전시관이 있다.

생산된 와인은 공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영동읍 매천리에 있는 지하 토굴에서 장기간 숙성된다. 일제때 탄약저장고로 파놓은 굴을 와인 저장고로 사용하는 것이다. 굴 안의 온도는 13도 가량. 서늘함에 더위를 잊기에 그만이다.

영동에서는 25~28일 와인과 국악이 만나는 색다른 음악축제가 열린다. 매년 열리던 난계국악축제에 와인과 포도를 접목시켜 새로운 풍취를 더했다. 영동읍 용두공원에 조성된 축제장에서는 악기 제작과정과 국악 연주체험을 할 수 있고 궁중연회를 배경으로 세종과 박연이 등장하는 음악극을 관람할 수 있다. 축제 기간에는 포도따기 체험행사, 포도주 만들기 체험 행사 등도 진행된다. 영동군청 문화공보과 (043)740-3224

영동=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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