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인수전은 신한금융지주 라응찬(68) 회장의 인수합병 연승 행진이 계속 이어질 지 여부도 중요한 관심거리였다. 그리고 뚜껑이 열린 16일 7조원대 빅딜이 불과 70억원 정도의 차이로 명암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지자, 그 박빙의 승부에 "과연…"이라는 탄사가 이어졌다.
신한 실무진이 산정한 최종 인수 제안가격에서 과감하게 주당 1,000원을 더하도록 지시한 라 회장의 '직감'이 얼마나 정확했던가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라 회장은 조흥은행 통합에 이어 LG카드 인수 성공까지 목전에 둠으로써 47년 금융인생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게 됐다.
라 회장은 1982년 점포 3개(자기자본 250억원, 임직원 279명)로 출발한 중소은행 신한을 24년 만에 총자산 219조원의 국내 2위권 종합금융회사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라 회장은 주경야독으로 뒤늦게 선린상고 야간학교를 졸업한 후 1959년 농업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대구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후 당시 대구은행 행장이던 김준성 전 부총리의 눈에 들었으며, 그의 천거로 77년 이희건 신한지주 명예회장이 설립한 제일투자금융에 이사가 된다.
이후는 승승 장구. 82년 신한은행 창립멤버를 거쳐 91년 신한은행장에 올라 사상 최초 행장 3연임의 기록을 세웠다.
행장시절에는 정치권과 정부 관료들의 대출 청탁을 일체 거절하는 뚝심을 발휘해 한보 부실채권 피해를 최소화 했다거나, 자신의 대부격인 김 전 부총리의 인사청탁도 거절했다는 등의 일화를 남겼다. 라 회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기쁜 일이지만, 경쟁자를 배려해 조용하고 겸손하게 일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LG카드 인수 성공을 위해서는 수 많은 고비가 남아있다. 지나치게 고가로 인수했다는 일각의 우려 뿐 아니라, '조직 문화'가 상이한 두 기업을 하나로 합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조흥은행 인수과정을 통해 라 회장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조흥은행과의 통합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을 당시 양 은행의 통합 실무자들에게 '회의 후엔 무조건 폭탄주 회합'을 주문하는 등 정서적 통합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라 회장의 경영철학이 LG카드 인수에서도 효력을 발휘할 것인지 주목된다.
● 라응찬은 누구
- 1959년 선린상고졸
- 59년 농업은행 입행
- 68년 대구은행 입행
- 77년 제일투자금융(주) 상무이사
- 82년 신한은행 상무이사
- 91∼99년 신한은행장
- 99∼2001년 신한은행 부회장
- 2001년 신한금융지주회사 대표이사 회장 겸 사장
- 2003년 동 대표이사 회장(현)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