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6일 헌법재판소장으로 전효숙 재판관을 발탁한 것은 여성이라는 상징성에다 소수자 인권보호 등 개혁적 이미지를 높이 평가해서다. 사상 첫 여성헌재소장 탄생이라는 의미와 함께 개혁성향이 뚜렷해 보수색채가 강한 헌재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에 적임이라고 봤다.
노 대통령은 전 후보자 외에도 관례에 따라 검찰 몫으로 김희옥 법무차관을 재판관으로 내정했다. 노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에는 코드인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시 동기인 조대현 재판관을 임명했다. 내년에 퇴임하는 주선회 재판관 후임 역시 노 대통령이 지명한다. 9명의 헌재 재판관 중 4명을 노 대통령이 재임 중 직접 고르는 셈이다.
이런 인적 구성의 변화는 기수서열 파괴를 불러올 ‘전효숙 소장’과 맞물려 향후 헌재의 운영, 판결 등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여느 대통령과 달리 임기초반 헌재의 위력을 뼈저리게 느꼈다. 2004년 국회의 탄핵결의로 권한이 중단됐다가 헌재의 기각결정으로 가까스로 복귀했고, 신행정수도이전 특별법에 대한 위헌심판에서 쓴 맛을 봤다. 노 대통령은 이 같은 헌재를 개편하는 데 ‘전효숙 카드’가 최상의 선택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여성과 개혁이미지 정도면 국회 인준안 통과는 물론 여론의 호의적 반응을 얻는 데 어렵지 않다고 본 듯 하다. 자신과 같은 사시 17회 동기에다 참여정부에 대한 ‘우호적’ 판결로 코드인사 시비가 뜨겁지만, 그의 이미지와 상징성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생각인 셈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재임 중 한명숙 총리를 발탁한 데 이어 사법부 양대수장 중 하나인 헌재소장에 여성을 발탁, ‘여성 우대 대통령’이란 후평도 의식한 것 같다.
이번 인사가 있기까지 청와대는 복잡한 셈법을 거쳤지만, 정작 노 대통령은 전 후보자와 특별한 개인적 인연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첫 여성재판관이 된 것도 당시 최종영 대법원장 추천 케이스였다. 그러나 전 후보자는 재판관이 된 이래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당시 각하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고, 신행정수도이전 특별법 헌법소원에서도 유일하게 각하의견을 내 참여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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