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김(한국명 김옥분) 사건과 관련해 장세동 전 안기부장에게도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6부(부장 윤재윤)는 16일 국가가 수지 김의 살해범이자 남편인 윤태식씨와 장씨, 전직 안기부 간부 등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장씨는 국가에 9억원을, 윤씨는 4억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1심에서는 윤씨의 책임만 인정됐을 뿐 장씨 등 안기부 직원들의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안기부의 정책결정과 집행에 대한 최종결정권자였던 장씨는 전직 안기부 직원들로 하여금 수지 김 살해의 진실을 은폐, 조작하게 함으로써 김씨 유족에게 간첩의 멍에를 씌우고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장씨가 사건에 관여한 정도나 역할 등을 감안할 때 국가가 김씨 유족들에게 지급한 금액 중 20%를 배상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시했다.
수지 김 유족들은 1987년 살해사건 당시 안기부가 윤씨의 범죄사실을 알고도 사건을 윤씨의 납북미수사건으로 조작해 수지 김을 간첩으로 몰고, 2000년 국가정보원 등이 내사를 종결해 명예회복 기회를 박탈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42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에 국가는 항소를 포기, 수지 김 유족에 배상하고 윤씨와 장씨 등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