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헌법재판소의 위상과 신뢰가 우려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헌법재판소의 위상과 신뢰가 우려된다

입력
2006.08.16 23:53
0 0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 헌법재판소장에 전효숙 헌재 재판관을 지명했다. 코드인사 비판에도 불구하고 헌재와 사법부의 보수성향을 바꾸겠다는 굳센 의지로 평가할 수 있다.

헌재소장 지명은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인 데다, 생경하지 않은 현직 재판관을 발탁한 것이기에 언뜻 시비할 게 없다. 그러나 외형적 정당성 외에는 적절한 인선으로 볼 만한 측면이 별로 없는 것이 문제다. 국회의 철저한 검증을 기대하기에 앞서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총리에 이어 헌재소장에 여성을 지명한 의미를 앞세우는 것은 본말이 뒤바뀐 것임을 지적한다. 헌정사상 첫 여성 헌재소장은 분명 상징성이 크지만, 상징적 가치를 위해 굳이 여성을 수장으로 앉히기에는 헌법질서에서 헌재에 맡겨진 역할과 책임이 너무나 막중하다. 총리에 비할 바 아니다.

헌재는 헌법의 최종 해석기관으로 위헌법률심사권과 탄핵심판권을 갖는다.삼권분립의 헌법원리에 따라 국회와 대통령 등 정치권력의 남용을 견제해 국민기본권을 지키고,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모순을 공정하게 해결해 나라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헌재 재판관은 누가 추천했든 헌법정신과 헌법질서에 충실해야 하며, 헌재를 대표하는 소장은 이를 나위가 없다. 이렇듯 중요한 임무와 위상에 걸맞은 법률가적 경륜과 정치적 독립성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전 지명자는 역대 헌재소장과 대법원장에 비해 경륜이 크게 부족하다는 중론이다. 다른 재판관들과 비교해도 특별히 돋보이지 않는다. 개혁적이라지만 판결성향은 일관되지 않다. 보안법사건에서 보수입장을 취한 반면, 신행정수도 등 정치사회적 대립이 심각한 사건에서 줄곧 정부를 지지한 것이 두드러진다.

물론 헌재소장이 헌재를 권력 코드에 맞춰 끌고 갈 수는 없고, 전 지명자가 그럴 것이라는 예단도 삼가야 한다. 그러나 경륜과 소신보다 권력과의 연고가 부각돼서는 헌재가 숱한 파란을 딛고 다져온 위상과 국민의 신뢰를 해칠 우려가 크다. 막연히 개혁을 좇는 어리석음은 사회가 함께 경계해야 마땅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