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이승만 정권은 친일파들을 처벌하고자 했던 반민특위의 활동을 무력화시켰다. 총 688명의 친일파 피의자 중 실형을 선고받은 자는 10명, 이 중 1명에게 재산몰수형이 선고되었으나 급기야 반민법이 폐지되면서 집행이 중단되었다. 이로써 친일파에 대한 처벌은 좌절된 채 광복 60여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렀다.
● 친일파 땅 되찾아주는 나라
그러나 친일파 후손들이 토지반환소송을 제기하면서 토지의 소유권에 대한 법적 판단은 엄연한 현재의 문제가 되었다. 친일파 후손들의 토지소송은 최근까지 36건에 이르며, 이 중 9건에서 원고 승소하였다.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대한민국이 일제통치기간에 불법적으로 편취한 친일파들의 재산을 재판을 통해 친절하게도(?) 후손에게 찾아주는 현실이 반복되어 왔다.
지난해 국회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켰고, 18일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출범한다. 국회에서 이 법 제정과정에 참여했던 필자로서는 실로 감개무량하기 그지없다. 반민특위 해체 후 57년만에 출범하는 재산조사위원회의 활동은 친일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온 국민이 재산조사위원회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위원회의 활동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친일파 후손 중 일부는 특별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친일파 소유의 땅이 제 3자에게 넘어가 정작 국고로 귀속될 토지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해방기와 전쟁의 와중에 관련 자료의 상당부분이 멸실되어 재산추적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친일재산을 뒤늦게 소급해서 환수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있다. 조상의 잘못으로 후손들이 처벌받는 것은 형평의 이념에 맞지 않는다는 반발도 있다.
하지만 반민특위가 해체된 후 친일파에 대한 단죄나 재산환수 기회가 사실상 있었는가? 늦었으니 안 된다는 것은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 나라와 민족을 배신하여 개인의 영달을 도모한 행위는 언제라도 단죄된다는 사실을 역사에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
조상들의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비난이라는 불이익은 상속받지 않으려 하면서, 그 행위의 과실인 조상의 재산은 상속받으려 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자료 부족과 친일파 후손들의 반발 등으로 조사위원회의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국민과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한 때이다.
독일의 제2차 세계대전 전범에 대한 처벌이 지금까지 계속됨으로써 과거의 행위가 피해당사국들과의 유럽통합 과정에서 더 이상의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야스쿠니 참배 등의 문제로 아시아 국가들과 갈등을 보이는 일본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 재산조사위원회에 격려를
과거의 오류를 망각하지 않고 바로잡는 일에 시효가 있을 수는 없다. 역사는 미래의 나침반이다. 독립국가로서의 위상이 공고히 서는 미래는 현재의 철저한 과거청산작업 없이는 오지 않는다. 재산조사위원회가 민족적, 시대적 소명을 다하도록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
홍경선ㆍ한국미래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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