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미 소리가 우렁차다. 옛날 같으면 한여름 뙤약볕에 정자에 앉아 한 줄기 시원한 바람 스칠 즈음에 맴맴맴맴 매~~앰 하는 운율 타는 소리로 파고들 것을 요새 아파트촌에서는 한밤중에도 새벽에도 줄창 울어댄다.
그리하여 일부 도시 지역에서는 "시끄러워 못 살겠다"는 원성(?)이 자자하다고 한다. 매미들이 이런 얘기를 듣는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저들이 한밤중에도 가로등이요 네온사인이요 하며 대낮같이 불을 밝혀 놓는 바람에 여전히 한낮인 줄 알고 죽는 그 순간까지 암컷을 유혹하는 노래를 불러제끼는 탓이고, 도심의 환경이 유독 소리가 우렁찬 말매미들을 많이 불러들였기 때문인 것을….
■ 옛날 사람들은 매미에 참 후했다. 고려 때 이규보가 지은 방선부(放蟬賦ㆍ매미를 놓아주며 부른 노래)를 보자. 거미줄에 걸려 버둥대는 매미를 날려 주었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둘 다 똑 같은 동물이고 매미를 살려주면 거미는 굶는데 왜 놓아주었느냐"고 힐난하자 이렇게 답하고 있다.
"거미는 성질이 탐욕스럽고/ 매미는 심성이 맑을세라/ 배 부르려는 욕심은 채워지기 어려우나/ 이슬 먹는 창자야 무슨 욕심이 있을 것인가 /욕심 많고 더러운 놈이 맑은 놈을 박해하니 /내 어찌 동정이 없을소냐". 역시 거미는 좀 억울하겠지만 매미를 이슬을 먹는 심성 맑은 존재로 미화하고 있다.
■ 중국 진(晉)나라 때 육운은 한선부(寒蟬賦)에서 매미에게 다섯 가지 덕이 있다고 했다. "머리 모양새가 갓끈을 닮았으니 글을 안다는 것이고, 맑은 이슬만 먹고 사니 청빈하다는 것이고, 사람 먹는 곡식은 손대지 않으니 염치가 있다는 것이고, 굳이 집을 짓지 않고 나무 그늘에서 사니 검소하다는 것이고, 철에 맞추어 욺으로써 절도를 지키니 신의가 있다는 것이다." 문ㆍ청ㆍ염ㆍ검ㆍ신(文ㆍ淸ㆍ廉ㆍ檢ㆍ信) 이렇게 오덕(五德)을 갖췄다는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의인화가 너무 작위적이다.
■ 이렇게 목청 높은 매미 소리도 얼마 후면 사그러들 것이다. 매미 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데 왜 사람들은 언제는 "심성이 맑다"느니 "오덕을 갖췄다"느니 하다가 지금은 또 "시끄러워 못살겠다"고 할까. 한결 같지 않은 인간의 심사가 고약하다.
매미 소리 가실 즈음이면 논두렁 개구리들 소리가 한결 높아질 터이다. 하기야 이 소리는 도시에서는 안 들리겠지만 들린다면 또 "시끄럽다"고 할까? 개구리 소리마저 잦아들 무렵이면 귀뚜라미 울음이 처량할 것이다. 그 때쯤이면 가을도 문턱을 넘고 있겠지….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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