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부장 박영수)와 재정경제부가 변양호(52) 보고펀드 대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재경부 일부 직원들의 ‘변양호 구하기’로 인해 수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검찰의 판단 때문이다. 검찰은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변씨를 압박, 매각과정에 ‘윗선’의 이해가 작용한 사실을 밝혀내려 하고 있으나 변씨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재경부 일부 직원들이 변씨 재판을 돕기 위해 기록을 삭제하거나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발끈한 것이다.
사단은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채무탕감 ‘로비스트’로 활동한 김동훈(구속)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변씨의 1심 공판에서 불거졌다.
검찰은 14일 1심 공판 말미에 “공판진행 과정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한 뒤 재경부가 검찰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정황을 공개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공판을 잘 지켜보라”며 이 문제를 쟁점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재경부 공무원들은 변씨가 구속된 이후 매주 한차례 변씨 변호인들과 모여 회의를 하며 대책을 논의해왔다. 또 현직 금융정책국장이 사용중인 컴퓨터에서 변씨에게 유리한 개인일정만 남겨두고 다른 자료는 모두 삭제한 채 변호인에게 넘겨줬다. 재경부측은 또 검찰주장과 달리 변씨가 김씨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시점인 2001년 7월 변씨가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있는 비디오테이프도 구해 변호인에게 건넸다.
검찰의 재경부 압박은 변씨의 알리바이 입증을 위해 재경부 공무원들이 나서고 있다는 선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수사팀은 알리바이 공방을 떠나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주도한 모피아(MOFIAㆍ재경부 출신 관료)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수사는 당사자간 엇갈린 진술과 관계기관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재경부에 대한 검찰의 공격수위는 한층 높아질 여지가 크다.
재경부 김석동 차관보는 “변 전 국장과 일했던 일부 직원들이 그를 도울 수는 있지만 ‘조직적인 변양호 살리기’는 사실과 다르다”며 사태확산을 경계했다. 변씨의 변호인은 검찰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검찰이 변씨에게 유리한 증거를 변호인에게 제공한 이들을 불러 조사하면서 시말서까지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재경부 직원이 변씨에게 유리한 증거를 변호인에게 건네자 검찰이 흥분해 10일 재경부를 수색한 것은 지나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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