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집수비 뚫기도 바쁜데….’
첫 출격을 앞둔 베어벡호가 예상보다 만만치 않은 데뷔전을 치를 전망이다. 상대가 우리보다 강해서가 아니다. 뚜렷한 전력차에도 불구하고 태극 전사들의 앞길에 쉽게 볼 수 없는 장애물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49위 대만과 16일 오후 7시(한국시간) 대만 타이베이 충산스타디움에서 아시안컵 2차 예선전을 치른다.
월드컵 직후 태극호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베어벡 감독의 데뷔전이자 내년 7월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 무대 진출을 위한 양보할 수 없는 승부. 한국은 지난 2월 시리아와의 아시안컵예선 1차전에서 2-1로 승리해 승점 3점을 이미 챙긴 상태다.
FIFA랭킹이 말해주듯 대만은 한 수 아래의 상대다. 하지만 객관적 전력차를 상쇄시킬만한 장애물들이 태극호의 앞길을 막고 있다. 가장 큰 장벽은 역시 대만의 밀집 수비. 전력차가 뚜렷한 만큼 극단적 수비전술을 내세울 것이 틀림없다.
대만은 J리그 진출설이 나돌고 있는 GK 리유 쿤치를 앞세워 안정환과 이천수 등 킬러들의 발끝을 무디게 한다는 전략. 대만이 철저한 수비 지향전술을 사용할 경우 2003년 베트남과 오만에게 낭패를 겪었던 악몽이 재현되지 말란 법이 없다.
승부에 미칠 또 하나의 변수는 역시 기후조건.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하고 특히 습도가 높아 조금만 뛰어도 숨이 턱턱 막힌다. 베어벡 감독 역시 이러한 기후조건에 의한 체력저하를 막기 위해 15일 최종 적응훈련에서 가벼운 몸풀기 운동만 하는 등 컨디션 유지에 만전을 기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베어벡호는 열악한 경기장 환경과도 싸워야 한다. 대만전이 열리는 충산 스타디움의 잔디상태는 국내 월드컵경기장이나 파주NFC에 비할 수 없는 열악한 수준. 잡풀이 여기저기 솟아있고 조금만 강하게 발로 차면 잔디가 크게 일어난다. 짧은 패스 위주의 정상적인 경기를 풀어가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또 5분 간격으로 경기장 위를 지나가는 비행기의 굉음도 만만치 않은 장애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은 첫 경기를 앞두고 “우리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만한 경험이 충분하다.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본다”며 데뷔전 첫 승을 자신했다. 홍명보 코치 역시 “내일 경기가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기장 시설 등 주변 상황이 보다시피 대단히 어렵다”면서 “특정선수가 아닌 팀 플레이를 통해 대량득점을 해주길 기대한다”며 대만전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타이베이=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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