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율 40% 적중했지만…느슨한 전개에 시청자들 질타
뒷심 부족인가, 비상(飛上)을 위한 숨 고르기인가.
7월 방송 16회 만에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허준’ ‘대장금’을 잇는 국민 드라마로 주목 받아온 MBC ‘주몽’(극본 최완규ㆍ정형수, 연출 이주환 김근홍)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휘청거리고 있다. 휴가철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여전히 35%를 웃돌지만, 느슨하고 산만한 이야기 전개에 실망했다는 시청자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14일 방송에서 주몽(송일국)이 부여를 떠나며 사실상 2부에 접어든 ‘주몽’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주몽’의 주인공은 누구?
주몽은 고구려 건국의 영웅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가로서의 비전이나 전략이 없다. 그의 적 대소(김승수)가 옳고 그름을 떠나 한나라와의 화친을 통해 평화를 모색하는 반면, 주몽은 단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태자 경합에 나섰다. 주몽의 정치적 행로에 결정적 전환점이 된 소금산 원행에서도 진짜 공을 세운 이는 비적과 협상에 나선 소서노(한혜진)였다.
물론 주몽은 권력욕과 권모술수가 없어 인간적인 매력이 부각된다. 그러나 그저 ‘멋진 사내’일 뿐, 정치적 비전과 현실 사이의 인간적 고뇌가 없다. “철검을 만들자”는 말만 되풀이하는 주몽보다는 철검 제조기술을 얻기 위해 정략결혼을 고민하는 대소의 모습이 더 흥미롭다. 그러다 보니 주몽은 주체적인 갈등과 선택에서 빚어지는 드라마를 만들지 못한 채 계속 해모수(허준호)의 그늘에 묶여있다. 15일 24회 방송으로 전체 60부의 40%를 소화하고도 수동적이고 나약한 모습을 벗지 못한 캐릭터로 어떻게 건국의 대업을 펼쳐나갈지 의문이다.
거대한 ‘사랑’은 어디에?
‘주몽’의 또 다른 축은 주몽과 소서노를 중심으로 한 멜로. 제작진은 ‘역사보다 거대한 사랑을 만난다’는 거창한 기획의도를 앞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당초 주몽의 첫째부인 역으로 설정됐던 부영(임소영)이 도중하차, 새로운 캐릭터와 처음부터 다시 멜로 라인을 구축해야 한다. 또 현실적 계산과 사랑 사이에서 번뇌하는 대소나 소서노와 달리 주몽에게는 그런 고민이 없고, 주몽과 소서노의 관계도 적극적인 소서노에게 주몽이 딸려간다. 멜로의 중심이 대소와 소서노에게 있다 보니, 주몽이 떠난 뒤에도 부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극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등 이야기 전개가 산만하다. 이 때문에 시청자 게시판에 “부여의 이야기가 너무 많다” “주몽의 활약을 더 보여달라”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판타지사극? 상상력이 부족해!
신화에 기반을 둔 ‘주몽’은 역사적 사실보다는 상상력에 기댄 판타지 사극을 표방한다. 그래서 ‘대장금’의 어선경합, 제주 귀양 등을 떠올리게 하는 태자 경합, 소금산 원행 같은 ‘이벤트’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설득력을 담보하는 디테일이 없다. 소서노가 비적과 협상 할 때도 비적을 수긍케 하는 협상의 내용은 그려지지 않고, 철검 제조 과정도 구체적인 묘사 없이 철검을 만들고 실패하는 모습만 반복한다. 심심찮게 등장하는 한나라 철기군의 묘사도 비현실적이다.
디테일의 부재로 작품의 메시지가 약해지는 것은 ‘주몽’의 가장 큰 문제다. ‘허준’에서 최완규 작가는 허준(전광렬)이 의술에 몰두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 의술에 대한 허준의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반면 정치적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도 없이 “백성을 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주몽의 말은 공허하기만 하다.
빠른 전개와 액션, 멜로가 버무려져 전 연령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주몽’의 매력은 여전하다. 주몽이 부여를 떠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주몽’이 시청률에 값 할 만한 극적 완성도를 통해 비상의 날개를 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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