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8ㆍ15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관련기사 3, 4면
2001년 총리 취임 이후 매년 야스쿠니를 참배해 온 고이즈미 총리는 15일 오전 7시 40분 관용차로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야스쿠니 신사에 도착, 15분간 참배했다. 지난해 보통 복장의 약식 참배와는 달리 연미복 차림으로 신사 본전에 올라갔으며, ‘내각총리대신 고이즈미’라고 서명하고 헌화료 3만엔을 지불했다.
현직 총리가 종전기념일에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19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참배 후 기자회견에서 “(여러 사람의 말도 있고 해서) 그 동안 8월 15일을 피해서 참배했지만 언제나 비판과 반발이 있었다”며 “언제 가든지 마찬가지라면 오늘이 적당한 날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고이즈미가 미국과 친하다’며 부시 대통령이 반대하면 참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며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가지 말라고 해도 나는 간다”고 말하는 등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개인적 신념임을 거듭 강조했다.
초당파인 ‘모두가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국회의원의 모임’소속 의원 46명과 정부 각료인 국가케 데쓰오(沓掛哲男) 국가공안 담당 장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 도지사 등 정치인들도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속속 참배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로 문제가 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는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다.
A급 전범이란 태평양전쟁 후 연합국이 전쟁책임을 묻는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서 ‘평화에 대한 죄’, ‘인도에 대한 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을 말한다.
28명이 기소돼 수감 중 사망한 3명을 제외한 피고 전원에게 유죄가 선고돼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전직 총리 2명을 포함한 7명이 교수형에 처해졌다. 나머지 16명은 종신금고형, 2명은 유기 금고형을 받았다. 도조 전 총리 등 7명은 그 해 12월23일 스가모(巢鴨)형무소에서 처형됐다.
처형된 7명과 복역 중 사망한 7명 등 전쟁을 지휘한 지도부 14명은 78년 후쿠다(福田)내각 때 야스쿠니 신사의 ‘제신명표(祭神名票)’라는 명부에 이름이 올려져 비밀리에 합사됐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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