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박근혜 前대표 '우보 전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박근혜 前대표 '우보 전략'

입력
2006.08.16 00:05
0 0

*당분간 칩거… 9월부터 차근차근 목소리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육영수 여사의 32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7ㆍ26 재보선 지원 유세 이후 약 20일 만의 공식 나들이다.

지난 해 추도식 때 눈물을 보였던 박 전 대표는 올해는 꽤 밝은 표정이었다. 지인들과 눈이 마주치면 반가운 눈 인사를 보내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추도객 2,000여 명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행사가 모두 끝나고 승용차에 오르려는 박 전 대표를 기자들이 에워쌌지만, 그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했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해선 “시기상조”라는 요지의 원론적 답만 한 뒤 삼성동 자택으로 향했다.

박 전 대표는 8월21일 임시국회 때까지 또 다시 ‘칩거’할 예정이다. 박 전 대표는 자택에서 경제, 선진화 관련 책을 읽으며 독학 중이다. 가끔 보좌진을 불러 현안 보고도 받는다. 한 측근은 “의도된 칩거가 아니라, 피습 당한 얼굴 상처의 회복 속도가 더디고 대표 시절 체력 소모가 워낙 커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박 전 대표가 칩거하는 동안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각각 캠프를 차리고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박 대표는 무얼 생각하고 있을까.

박 전 대표는 말하자면‘우보(牛步ㆍ느린 걸음) 전략’을 택했다고 한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경제 대통령’ 식의 인위적 컨셉트를 내거는 것을 싫어한다”며 “9월초부터 산적한 현안에 대해 차근차근 목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큰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측근 의원은 “이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약점을 보완해 박 전 대표가 취약한 수도권과 지식인, 화이트 칼라 층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한 복안이기도 하다”며 “이 전 시장이 서민을 파고 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손 전 지사의 민심 대장정, 이 전 시장의 내륙 운하 탐사 같은 특별한 이벤트보다는 당분간 의정 활동에 전념하면서 ‘국익을 최우선시 하는 국가지도자’ 상을 그려 나갈 계획이다. 국회 행자위 소속인 박 전 대표는 요즘 고위 공무원단 제도와 수해예방 대책 등 국정감사 포인트까지 손수 지정할 정도로 열심이라고 한다.

박 전 대표는 대선 선거 캠프 구성 시기와 방향에 대해서도 심사숙고 중이다. 한 측근 의원은 “이 전 시장보다 출발이 한참 늦은 마당에 얼마 전 캠프 구성 준비를 맡을 실무진 인선 안을 올렸는데도 박 전 대표는 내내 묵묵 부답”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주위에서 거론되는 안 중의 하나는 ‘열린 캠프’다. 예컨대, 교수나 관료 출신 등 명망가 몇 명에게 정책을 전담시키는 게 아니라 현안 별로 실무자들을 불러 프로젝트를 맡기는 식이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워낙 실무자를 좋아하고 믿는 성격”이라며 “지금 측근으로 거론되는 소수 측근 의원들만으로 구성된 닫힌 캠프는 피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계보 정치를 극구 지양해 온 뜻도 있고, 이회창 전 후보 시절 일부 측근이 캠프를 독점했을 때의 부작용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칩거 와중에도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사진과 글을 올리는 등 대중과의 교감엔 누구보다 열심이다. 그는 연말에 유럽이나 중국, 동남아시아 중 한 두 나라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 때가 대권 출마를 선언을 하는 등 중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