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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남 "금기어와 친해지기부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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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남 "금기어와 친해지기부터 시작했죠"

입력
2006.08.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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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로 번역하면 xx의 독백입니다. xx. 네, 드디어 제가 이 말을 했습니다.”

모노드라마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일대 변신을 한다. ‘서안화차’, ‘리처드 3세’에서 열연을 펼쳤던 장영남(34)이 세번째 주인공으로 나서면서 변혁을 예고한다.

김지숙과 서주희 등 2001년 이래 각각 특유의 카리스마로 객석을 장악했던 두 배우와는 완연히 다른 질감의 무대가, 그와 연출가 이지나씨가 매일 오후 2~6시 펼치는 연습의 현장에서 재창조되고 있다. “감정의 세밀한 기복까지 다 잡아내야 하는 이 연극에서 배우는 절대로 오버하면 안되죠.”

다양하기 짝이 없는 원본상의 비속어들을 한국어로 옮겨내는 것부터가 만만찮았다. “번역이 아니라, 거의 재창작 수준이었죠.” 이번 공연의 요체는 그의 입에 가장 들어붙는 육두문자의 여부에 있다는 연출자 이지나씨의 신념이기도 했다.

그 금기어를 가까운 사람들과 공유하는 과정이 먼저였다. “번역본을 읽기 시작하던 7월, ‘xx의 독백에 출연한다’고 가족들한테 천연덕스레 말해주었더니 한동안 멍해 하더라구요.” 연극에 뛰어 든 무남 5녀 중 막내가 전해 준 뉴스에 가족은 결국, “이번에도 잘 해보라”며 격려해 주었다. 뱃속에 든 아기가 이번에는 분명 남자라 믿고 외할아버지가 지어 놓은 이름(영남ㆍ榮男) 만큼 씩씩하게 커 준 그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는 오태석, 한태숙 등 상반된 스타일의 원로, 중견 연출가로부터 사랑을 받은, 참으로 운 좋은 배우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까지 맡는 등 6년 동안 극단 목화에서 활동했으나, “바깥 공기가 쐬고 싶어, 프리 선언을 하고 나와” 만난 사람이 한 씨다. ‘광해유감’으로 자신을 입증한 그는 2005년 ‘서안화차’로 베세토연극제에 초청돼 중국 항저우의 무대를 장악하기도 했다. 6월말, ‘나생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들어 온 작품이 바로 이 연극이다.

연극 평론가 송민숙씨는 배우가 바뀔 때마다 이 연극을 보았다. 그는 “연극은 결국 배우의 예술”이라며 “장영남은 특히 지금껏 다른 작품에서 호연을 펼쳤던 터라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여성의 성적 지위가 향상되고 성적 억압이 타파된 지금, 여성이 어떻게 자신과 화해할 지의 문제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데 합당한 배우”라는 것. 9월 15일~11월 12일 대학로 두레홀 3관. 월~금 오후 8시, 토 4시, 일 3시 6시. 1544-1555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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