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15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한 시간에 맞춰 외교부 성명을 내고 고이즈미 총리의 행위를 강력히 항의했다. 중국 정부가 외교 사안에 대해 이처럼 신속하게 반응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중일 관계를 좌우하는 가장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국제정의에 대한 도전이자 인류의 양심을 짓밟는 행위”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전기념일에 이뤄진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가 중일 관계를 악화시키는 새로운 불씨가 될 것으로는 보여지지 않는다. 성명에는 오히려 중일 관계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서려 있다. 다음달 퇴임하는 고이즈미 총리의 뒤를 이을 지도자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다. 성명은 중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일본 지도자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중국이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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