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강행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표명한다' '동북아 역내 우호협력관계의 훼손' 등의 용어를 동원해 강하게 대응했다. 항의의 수위나 표현이 고이즈미 총리의 지난해 10월 참배 때보다 더 단호하고 명료하다.
하지만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와 관련한 추가조치에 신중한 자세다. 지난해 10월 참배 이후 취한 정부 조치도 충분히 강한 대응이며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이후 한일 정상간 셔틀외교의 중단과 일본의 동해 해저과학조사 시도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대응과 자세를 의미한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으로서는 그 이상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과잉대응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지도층의 신사참배를 포함한 일본의 우경화 경향에 대한 정부 대응을 정치적 영역 밖으로 확장할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고이즈미 총리 체제가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즉 '포스트 고이즈미' 체제에 대응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우리측의 적극적 의지로 반기문 외교부장관이 지난 9일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의 장례식 조문 후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을 면담, 신사참배 등 한일 과거사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현실적으로는 한일관계의 정치적 경색이 경제ㆍ문화 영역까지 확장될 경우 일본 이상으로 우리측 피해가 우려되는데다, 관계 정상화를 위한 해법 찾기가 더욱 어려워 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정부 대응에 한계를 긋고 있다. 반 장관이 최근 외교협회 강연에서 "정치분야 경색에도 불구하고 경제 문화 인적 교류와 협력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주변국 정서를 고려치 않는 일본 총리의 막무가내식 참배와 지도층의 지속적인 신사참배를 초래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당장 고이즈미 총리가 재임 중 처음으로 광복절에 신사참배를 강행한 것도 소극적 대응의 결과가 아니냐는 것이다.
더욱이 아베 장관도 지난 4월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아베 체제가 들어서더라도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전향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지 여부가 의문시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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