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 인생을 돌아보니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에서 나 자신이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평생을 철강산업에 종사했던 원로 기업인이 말년에 자신의 사재를 털어 천문대 건립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중견 철강업체인 한일철강의 엄춘보(87)회장이 주인공이다.
1919년 3월 평북 용천에서 태어난 그는 해방 후 월남해 한국전쟁을 맞아 부산에서 잠시 피난생활을 한 뒤 상경, 전후 재건사업에 뛰어들었다. 국영 대한제철의 특약점으로 철강업계에 입문한 그는 1957년 자신의 회사를 차려 강관 생산을 시작, 특유의 근검절약 정신으로 50여년 동안 회사를 운영해 오늘날의 한일철강으로 키웠다.
팔순을 넘긴 어느날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면서 '돈이란 것이 덧없구나' 하고 깨달은 그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광활한 우주 공간으로 꿈을 펼쳐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천문대를 세우게 됐다.
경기 양주시 장흥면 장흥유원지 내 계명산 중턱에 자리잡은 천문대는 연면적 450평,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국내 기술로 만든 60㎝급 리치-크레티엥 방식의 반사 망원경과 다양한 방식의 보조 망원경 7종을 갖춰 올해 말 개장 예정이다.
천문대를 찾는 아이들에게 별자리 관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험을 제공해줘야겠다는 생각에 우주비행 시뮬레이터인 챌린저센터, 실제 밤하늘을 돔 스크린에 구현한 플라네타리움 등의 부대 시설까지 갖추게 돼 애초 130억원이었던 공사비가 두 배가 넘는 300억 가까이 늘어났다.
사람들이 편히 오랫동안 쉬어 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장락원(長樂苑)'이라고 이름 지은 천문대는 사설 천문대로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엄 회장은 "만화나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하는 아이들이 망원경으로 해와 달을 보면서 우주에 관한 꿈을 키워 앞으로 다가올 우주시대의 개척자로 자라나길 바란다"며 노년의 소망을 내비쳤다.
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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