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잖아요. 운이 나쁘면 다치기도 하겠지만 뭐 상관 있나요.”
15일 자정께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도로에 30여대의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나타났다. 역주행과 불법유턴, 급차선 변경은 기본. 헬멧을 쓰지 않아 앳돼 보이는 얼굴을 그대로 드러낸 폭주족들은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의 재미에 취해 있었다. 경찰관이 추격이라도 하면 이들은 새로운 놀잇감을 만난 듯 이리저리 피하며 폭주의 쾌감을 즐겼다.
오토바이 폭주족들은 올해 광복절에도 목숨을 건 광란의 질주를 계속했다. 3ㆍ1절과 광복절이면 반복되는 연례행사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중심으로 서울시내 곳곳에 경찰관 수백명이 배치돼 이들과 밤새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계속했다.
폭주족들은 이 달 초 온ㆍ오프라인 동호회를 중심으로 광복절 ‘거사’를 준비했다. 회원수로 세를 과시하려는 동호회 간 경쟁이 불붙으면서 회원이 수천명에 달하는 인터넷 카페만 4, 5곳에 이른다. 이들은 단속에 대비해 메신저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취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일부 방송과 언론이 폭주족을 동행 취재하면서 이들의 그릇된 영웅심을 부추겼다. 경찰청 관계자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도심으로 진입하는 통행로를 차단할 뿐 적극적으로 단속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라며 “이들을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이 오히려 폭주를 조장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특별단속에서 폭주족 137명을 적발했다. 이 중 19명이 무면허, 오토바이 불법 구조변경으로 입건됐고 118명이 범칙금을 부과 받았다. 서울 양천경찰서 정모(33) 경장은 단속 중 오토바이에 치여 머리를 다치기도 했다. 올해 3ㆍ1절에는 전국적으로 폭주족 456명이 적발됐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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