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숨겨둔 칼 막판에 휘두른 고이즈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숨겨둔 칼 막판에 휘두른 고이즈미

입력
2006.08.15 23:58
0 0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끝내 8ㆍ15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19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당시 총리 이후 21년 만에 이뤄진 현직 일본 총리의 8ㆍ15 참배다.

참배의 변이 무엇이든, 그의 행동은 과거사의 상처가 아직 다 아물지 않은 한국민에게는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이 21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비치게 마련이다. 여러 차례 참배 중단을 촉구해 온 우리는 그의 참배에 분노와 함께 허탈감을 느낀다. 아울러 꼬이기만 하는 한일 양국 관계의 장래를 우려한다.

돌이켜보면 78년 A급 전범 합사 이후 역대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끊일 듯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역사적 상징성이 특별한 8ㆍ15를 피함으로써 일본 국내의 다양한 의견과 주변국의 우려를 조금이라도 배려하는 듯한 흔적을 남겼다. A급 전범 합사 이래 최초로 8ㆍ15 참배를 강행했던 나카소네 전 총리조차 이내 고집을 꺾었다. 그것이 정상적 감각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그런 고려마저 내던졌다. 이번 참배에 앞서 한중 양국의 우려와 경고는 어느 때보다 강했다. 일본 국내 여론도 반대론이 우세했다. 2001년 자민당 총재 경선 당시의 '8ㆍ15 참배' 공약을 지킨 것이라지만 다른 수많은 공약에 대해서는 "지키지 못한다고 뭐가 문제냐"고 했던 그였다.

결국 9월 퇴임을 앞둔 만큼 야스쿠니 참배에 뒤따를 정치적 부담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으로, 감춰두었던 칼을 꺼내 휘두른 꼴이다. 상대를 치고 숨어 버리는 비겁한 칼놀림이자, 어떻게든 강한 인상을 심어 보려는 소아병적 자기과시다.

어차피 그는 곧 정치 전면에서 물러난다. 스스로야 나카소네 전 총리처럼 막후 실력자로 남고 싶겠지만, 그릇의 크기로 보아 그저 과거처럼 '괴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새로 총리가 될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다. 그가 야스쿠니 문제에서만이라도 고이즈미 총리를 뛰어넘길 기대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일본이 동북아의 진정한 일원이 될 날은 더욱 아득해질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