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있는 소수 의견’으로 유명한 권성(65ㆍ사법시험 8회) 헌법재판관이 11일 법복을 벗었다. 1969년 부산지법 판사로 법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37년 만이다.
권 재판관은 이날 오전 11시 헌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국가의 진로에는 때로 그늘이 지고 역풍이 몰아 닥치는 수도 있다. 그런 때일수록 더욱 원칙을 굳게 지켜 나라의 민주주의 체제와 헌법을 수호하는 데 힘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장을 마치고 2000년 한나라당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권 재판관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사안에서 헌재 전체 의견과 다른 의견을 많이 냈다. 지난해 2월 양성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헌재가 호주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때 권 재판관은 “전통 가족문화를 해체해서는 안 된다”며 합헌 의견을 냈고 행정도시 건설 특별법, 신문법 등 참여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들에 대해 위헌 견해를 밝혔다. 간통죄나 성매매 특별법과 같은 사안에 있어서도 헌재 전체 의견과 달리 ‘국가 권력의 과도한 개입’을 지적하며 위헌 의견을 내놓았다.
96년 12ㆍ12사건 항소심 재판장을 맡아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해야 한다”면서도 ‘항장불살(降將不殺ㆍ항복한 장수는 죽이지 않는다)’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형량을 깎아 준 것은 유명한 일화로 전해져 온다. 서울행정법원장 퇴임 직후 변호사 개업을 마다하고 석좌교수직을 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권 재판관의 후임은 다음달 퇴임하는 다른 4명의 헌법재판관 후임 인선 때 함께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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