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면서 머리 충격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고 다른 요인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경찰) “머리 상처 부위로 봐서 경찰에 맞아 죽은 것이 확실합니다.”(민주노총)
지난달 중순 경북 포항시 시위현장에서 부상했다 숨진 건설노조원 하중근(44ㆍ사진)씨의 사인을 둘러싸고 경찰과 민노총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경찰은 아직 하씨 사인을 보다 철저하게 조사해 부상과 사망 경위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노총은 경찰 폭행으로 하씨가 숨졌다며 책임자 처벌과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하씨는 지난달 16일 경북 포항시 형산로터리에서 열린 민노총 건설산업연맹 주최 건설노동자결의대회 참가했다 부상, 뇌수술 등을 받았으나 1일 새벽 숨졌다.
경찰은 하씨가 넘어지거나 다른 요인에 의해 머리를 다쳐 숨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근거로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통보한 하씨의 부검 감정서를 제시했다. 감정서에는 “법의학적 소견으로 볼 때 하씨는 뒤로 넘어져 머리에 손상을 입어 숨졌을 가능성이 높지만 상처 위치로 볼 때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즉 하씨의 뒷 머리 대측(대각선 방향) 충격손상은 쇠파이프나 진압봉에서 유발된 충격으로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노총은 “하씨 사망의 직접 원인은 경찰의 폭행”이라며 경찰 발표를 전면 부정하고 나섰다. 국과수와 함께 부검에 참여한 민노총 추천 의사들은 머리 충격 손상이 사인이라는데 동의하면서도 뒷머리 상처가 외부의 가격때문으로 보고 있다.
민노총 진상조사단은 “상처의 위치를 보면 편평한 바닥에 넘어져 생겼다고 보기 어렵고 도로 경계석 같은데 부딪쳤다면 귀 등 인접부위에 찰과상이 있어야 하지만 없어 어떤 물체에 의한 인위적 충격이 유력하다”며 “경찰의 폭행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북경찰청은 “일반시민, 기자, 진압 경찰 등 23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동영상 사진 등 채증자료에서 별다른 단서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씨의 부검 결과 만으로는 사인을 단정할 수 없어 앞으로 결정적 단서가 나오지 않는 한 하씨 사망원인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노동단체 등으로 구성된 ‘포항지역 건설노조 파업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1일 서울 중구 서부역에서 집회를 열고 “하씨의 죽음은 경찰의 폭행으로 발생했다”며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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