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때문에 장사 다 망했습니다.”
혀를 내두르게 하는 폭염이 연일 맹위를 떨치면서 바다나 계곡을 끼지 않은 관광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피서객들이 시원한 바다와 깊은 계곡만 찾다 보니 특별한 피서관광자원이 없는 내륙관광지는 찬밥신세다. 반면 해운대 등 해수욕장과 이름난 계곡을 갖고 있는 지리산 덕유산 일대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人山人海)다.
13일 오후 촉석루와 남강이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경남 진주시 중앙동 곰장어 촌 일대. 휴가철인데도 강변을 따라 늘어선 10여개 업소에는 손님 한 명 찾기가 쉽지 않다.
상인 박모(56ㆍ진주시 문산읍)씨는 “다른 지역은 여름 휴가철이라 신바람이 나는데 진주는 관광객은커녕 현지인마저 대거 빠져나가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고 푸념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판에 상인들의 고통이 배가되다 보니 행정당국이 발벗고 나섰지만 백약이 무효다.
진주시는 여름철만 되면 문화관광도시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관광지가 텅 비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직원 4명과 문화관광해설사 등 10여명으로 관광홍보팀을 구성, 전국을 무대로 뛰고 있다.
경쟁지역인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은 물론, 전남 무안군 백련대축제장 등을 찾아 진주의 볼거리, 먹거리를 소개하는 관광 가이드북 수만권을 뿌리기도 했다. 하지만 뜨거운 날씨 탓에 결과는 신통치 않다.
이 같은 현상은 경남 창원시와 마산시 의령군 함안군 등도 마찬가지다. 마산시의 경우 바다를 끼고 있지만 해수욕장은 물론, 돝섬유원지를 빼고는 관광객을 유인할 만한 시설이 없어 시민들이 부산이나 지리산 등지로 빠져나가 썰렁하기 짝이 없다.
혹서도시인 대구와 구미시 등 경북지역 내륙 도시들의 상황은 더 심하다.
평소 외지 관광객들로 붐비는 대구 동대구터미널과 동성로 주변 상가 업주들은 “요금을 대폭 내려도 사람 구경을 할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국내 최대 공업도시인 울산시도 시내에 경관 좋은 휴양지가 별로 없는데다 대기업의 파업이 여름철까지 이어져 상인들의 표정이 매우 어둡다.
반면 전국 최대를 자랑하는 해운대해수욕장 등 7개 해수욕장을 갖고 있는 부산지역은 더위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7월말 장마가 끝난 후 연일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하루 70만~100만명의 피서객이 몰려 주변 숙박업소와 대형할인점 등은 늘어나는 매출에 벌어진 입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유례없는 폭염덕분에 올해 부산을 찾는 피서객수가 지난해보다 500만명 이상 늘어 사상 최초로 4,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남해안의 거제ㆍ통영시, 남해군과 지리산권인 경남 산청ㆍ하동ㆍ함양군, 덕유산권인 경남 거창군, 전북 무주군 등도 폭염을 피해 바다와 산, 계곡 등지로 피서객들이 대거 몰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진주시 관계자는 “관광인프라 부족으로 여름철만 되면 지역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며 “바다를 오가는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관광자원 개발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진주=정창효기자 ch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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