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청이 10일 체포한 24명의 테러 음모 용의자들은 액체폭발물을 기내 휴대품으로 위장, 10대의 항공기에 분승한 뒤 동시 폭파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이를 위해 미국 뉴욕과 워싱턴, 보스턴, 시카고,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항공기를 목표물로 정하고 아메리칸, 콘티넨탈, 유나이티드 등 3개 미국 항공사의 운행시간을 점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사전 모의과정에서 항공기들을 대서양 중간지점에서 폭파시키거나 목적지 도시 상공을 선회할 때 폭파시켜 사상자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보안당국에 따르면 이들의 테러 계획은 “실행 직전 단계”에 있었으나 공모자 중 일부가 파키스탄에서 체포된 뒤 보안당국이 테러 계획을 파악, 최종단계에서 무산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파키스탄 보안 당국은 일주일 전 테러 혐의로 체포한 7명 중 라호르와 카라치에서 붙잡힌 2명으로부터 이번 테러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11일 밝혔다. 당국은 그러나 이들이 알 카에다 또는 파키스탄 무장단체와 연계돼 있는 지는 밝히지 않았다.
체포된 용의자들은 17~34세의 영국 국적 무슬림들로 대부분 런던에 거주하고 있었다. 영국 중앙은행은 이들 중 영국 내 자산이 있는 19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의 자산을 동결했다.
이번 테러 음모는 액체폭발물을 테러 도구로 사용하려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액체폭발물은 위장과 반입이 용이하고 원격조종이 쉬운 반면 파괴력은 엄청나 과거에도 여러 차례 테러에 이용됐다.
미국 CNN 방송은 1987년 대한항공 폭파 사건과 1990년대 중반 미국 항공기 동시 폭파 기도 사건인 ‘보진카 작전’을 예로 들면서, 이번 사건이 ‘보진카 작전’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보진카 작전’은 94~95년 9ㆍ11 테러의 총지휘자인 칼리드 샤이크 모하메드가 11대의 항공기를 동시 폭파하는 암호명으로, 액체폭발물을 콘택트렌즈 세척액에 숨겨 반입해 카시오 손목시계를 이용해 폭파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테러범들이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폭탄 혼합과정에서 실수로 화재를 내는 바람에 체포돼 실패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0일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이번 사건은 9ㆍ11 테러 이후 5년이 지났음에도 미국이 여전히 우리나라를 파괴하려는 이슬람 파시스트들과 전쟁 중임을 여실히 되새기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주요 이슬람 단체인 ‘미_이슬람관계위원회(CAIR)’도 “모든 테러 행위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CAIR은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이슬람 파시스트들과 전쟁 중’이라고 언급한 것은 미국 내 반 이슬람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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