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파생상품 시장규모가 급성장하고 있으나 국내 회사들의 역량이 부족해 외국계 금융사들만 덕을 본다는 보도(한국일보 8월 14일자 1ㆍ6면)는 우리 금융산업의 빈약한 글로벌 경쟁력을 잘 지적했다.
환율, 주식, 채권 등 미래 가격변동 리스크를 사고 파는 선물, 옵션, 스와프 같은 첨단 금융상품을 가리키는 파생금융상품은 거래소를 기준으로 장내 상품과 장외 상품으로 구분된다. 메커니즘이 단순한 장내 상품은 지난해 주가지수 옵션 거래규모가 전세계 1위로 올라설 만큼 활발하지만 복잡한 금융공학을 필요로 하는 고부가가치의 장외 상품은 걸음마 수준이다.
올 상반기에 10조원이 팔린 최고의 재테크 상품인 주식연계증권(ELS)이 대표적인 사례로 국내 증권사들은 판매대금의 0.5~1.5%의 수수료만 챙겼을 뿐 실제 운용수익은 외국계 증권사 차지가 됐다. 파생상품을 설계하고 운용할 전문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금융산업의 국제 경쟁력은 너무도 초라하다. 국내 8개 대형 증권사의 평균 자산규모는 6조 2,000억원으로 일본 5대 증권사의 5.7%, 미국 3대 증권사의 0.8% 수준이다. 은행도 다를 바 없다.
외국계 은행과 국내 은행의 올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에서 파생상품 이익의 비중은 64% 대 6.3%라는 격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 씨티은행과 JP모건체이스의 해외자산비중이 각각 55%, 38%인 데 비해 국내 4대은행은 1.6%에 불과하다.
금융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쟁을 위해서는 외형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더 시급한 것은 파생상품과 같은 첨단 금융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자체 능력이다.
그런데도 국내 금융기관들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비좁은 국내 시장에서 주택담보대출 같은 외형경쟁에만 몰입해 있다. 이런 상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첨단 금융시장이 개방된다면 국제 금융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위험성이 높다. 2008년으로 예정된 자본시장 통합을 서두르고, 글로벌경쟁력을 높이는 생존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