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사전 적발된 항공기 테러 음모가 미국 뉴욕의 9ㆍ11 테러를 일으킨 알 카에다와 연계된 것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영국에서 대대적 테러 용의자 체포가 이뤄진 직후 “음모의 복잡성과 정교함, 국제적 규모, 용의자의 수 등으로 볼 때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수법과 특징을 답습하고 있다”며 알 카에다 배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러나 정작 용의자들을 조사하고 있는 영국 관리들은 “아직 판단을 내리기엔 이르다”며 신중한 태도다. 미국 내에서조차 부시 행정부가 명백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사건을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의구심이 표출되고 있다.
이번 테러 음모가 알 카에다와 연계돼 있다는 주장은 적발된 음모가 비행기 연쇄테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치밀하게 테러 시간대를 설정했고 알 카에다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파키스탄내 조직으로부터 재정지원이 있었다는 점 등을 주요 근거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이 12일 알 카에다 관여 여부에 대해 미국과 영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한데 이어 뉴욕타임스도 13일 “영국의 테러 기도가 알 카에다 조직에 의해 조종됐다고 보는 것은 복잡한 국제적 움직임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알 카에다 연계 주장은 9ㆍ11 테러를 연상시켜 강한 정서적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데는 유용할지 모르나 알 카에다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실제 상황을 오판하게 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전직 정보 관리들을 인용,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 파괴하기 이전에 존재했던 알 카에다는 이제 없다” “알 카에다에 연계된 사람들은 놀랄 만큼 많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지휘·통제의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알 카에다는 이미 국제적 사회운동으로 변했다” “맹목적인 알 카에다 모방자들이 너무 많다”는 점 등을 알 카에다 연계주장에 대한 반론으로 소개했다.
알 카에다 꼬리표를 붙이려는 부시 행정부의 시도에는 이라크전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담 후세인을 알 카에다와 연결시켰던 것처럼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점도 크게 부각됐다.
이 같은 의구심에도 불구, 부시 대통령은 열흘 간의 휴가를 마치고 14일 백악관에 복귀하자 마자 안보의식 고취로 정치적 반사이익을 챙기기 위한 ‘안보 드라이브’행보를 본격화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국무부 청사로 가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과 의견을 나눴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따로 만났다. 부시 대통령은 또 15일엔 국가안보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뒤 워싱턴 인근의 테러대응센터를 방문할 예정이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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