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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의 가상인터뷰-대화] <24> 사마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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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의 가상인터뷰-대화] <24> 사마천

입력
2006.08.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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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이하 현) 태사공님, 더위가 막바지에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좋은 소식도 있고 나쁜 소식도 있는데 뭣부터 말씀 드릴까요?

사마천 일단 시원하게 시작하지.

현 예, 삼성전자가 개발한 휴대인터넷 기술이 미국에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입니다. 기술사용료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지만 단말기와 주변 장비는 많이 팔 수 있다고 합니다.

사마천 기술사용료는 왜 못 받아?

현 그걸 강하게 요구하면 미국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사마천 그럼, 한미FTA 따위는 왜 체결해? 미국 ‘넘덜’은 약품의 경우 특허 품목 자체뿐만 아니라 유사 품목에까지 특권을 요구한다던데.

현 (쩝) 거기서부터 나쁜 소식과 연결됩니다요. 힘이 약한 나라는 어쩔 수 없는 거죠. 게다가 아직 친미파들이 권력을 잡고 있으니까요.

사마천 친미파라…. 노무현 대통령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로 보수 우익의 공격을 받고 있으니까 현 정권은 반미 자주정권 아닌가?

현 태사공님, 저를 지금 테스트하고 계신 거죠?

사마천 ….

현 그건 다 정치적 쇼입니다. 노 대통령은 전시 작전권 환수를 자주 국방이라고 말하고 있는 데 그것은 일종의 사기지요. 전시 작전권 문제와 관계없이 이미 남한은 최근 일련의 종속적 협약을 통해서, 신속기동군을 중심으로 재편성된 미국의 세계 방위전략 구도 안에 완벽하게 편입되어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자주 국방을 얘기하는 것은 한미군사동맹과 한미FTA로 수세에 몰린 노무현 정권이 변명을 하기 위해 꾸며댄 거죠. 노무현 정권은 분명히 친미 정권입니다. 그 자신의 말과 상관없이.

사마천 그런데 보수 우익은 왜 들고 일어났지?

현 그건 노무현 정권 출범 때부터 그런 거니까 새로운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박정희 정권 때는 퇴직 장관이나 퇴직 군 장성들이 대개 한 자리씩 했는데 노무현 정권에 와서는 그러지 못하게 되니까 떠드는 거지요. 자칭 ‘원로’ ‘안보전문가’라고 떠들지만 그것을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요. ‘친미 원로’‘친미 전문가’라고 하면 모를까요.

사마천 으음…, 그러니까 “코드인사 하지 마라”는 거와 같은 맥락이로구먼. 대통령이 자기가 내건 공약을 가지고 당선 되었으면 자기가 쓰고 싶은 사람을 써야 하는 건데 말이야. 박정희 때나 전두환 때는 인사 문제 가지고 끽 소리도 못하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코드인사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만들어 가지고 시비를 거는 거로구먼.

현 김대중 정권도 햇볕정책 빼놓고는 기존의 보수 우익 세력과 타협을 해서 사람을 뽑아 썼거든요. 그게 노무현 정권 와서 확 바뀐 거라 그렇게 된 겁니다.

사마천 문재인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하려던 거나 측근이었던 안희정을 사면시키려는 거나 전 환경부장관 이재용을 낙하산 인사로 또 다시 한 자리 시키려는 거는 어떻게 들 보고 있나?

현 그건 보는 사람에 따라 시비의 대상이 될 수는 있겠죠. 저는 문재인 건에 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 입장에 공감합니다만, 안희정이나 이재용 건은 반대입니다.

사마천 얼마 전에 노 대통령이 회견을 하면서 “종속이론은 한국 사회와 맞지 않으며, 진보세력은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던 데 그건 어떤 배경에서 나온 얘기인가?

현 요즘 종속이론은 신봉하는 진보세력이 전혀 없어요. 그건 1980년대 초반에 잠시 학계를 중심으로 거론된 이론에 불과하지요. 그리고 ‘사실에 충실’하기로 친다면, 노무현 정권은 중도파입니다. 취임 직전에는 중도 좌파의 언사를 떠벌렸지만 취임한 이후에는 중도 우파의 길을 일관되게 걸어 온 거지요. 노무현 대통령은 그냥 친미 신자유주의자입니다. 국민들에게 그걸 속이려고 ‘좌파’란 말을 참칭하고 ‘자주 국방’을 떠드는 겁니다.

사마천 노 대통령은 비교적 자신이 한 말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쪽이니까 ‘사실에 충실하고’ ‘대화와 타협을 하’려고 하겠지.

현 만약 자신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은 김근태 의장의 소위 ‘뉴딜 정책’을 지지해야 합니다. 그게 논리적으로 맞는 얘기가 되겠지요. 물론, 저는 김 의장의 뉴딜 정책에 관해서는 매우 비판적입니다만.

사마천 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동정적이네. 나는 보수 우익 신문들이 정권 출범 때부터 대통령을 정신적으로 ‘궁형’에 처했다고 보네. 오죽하면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했겠나. 그런 점을 이해하면서 노무현 정권을 평가해야 하네.

현 하지만 그런 평가는 나중에 역사가들이 해?하는 것이지요. 보수 우익으로부터 공격 받는다고 해서 자신을 ‘좌파’라고 참칭하는 것은 큰 잘못이지요.

사마천 자네는 좌파인가?

현 저는 ‘좌빠’에 불과해요. 진짜 좌파는 아니고 좌파를 좋아하는 쪽이지요. 거의 맹목적일 정도로요.

사마천 좌빠로서 자네가 노무현 정권에게 바라는 건 뭔가?

현 한미FTA니 뭐니 괜히 국력을 소모하는 일 다 때려치우고 원래 자기가 하려던 정치개혁이나 제대로 했으면 좋겠어요. 다만 지역정서에 기대는 잘못된 방식이 아니라 선거법을 개정하면 되죠. 지역구 반, 정당명부에 바탕을 둔 비례대표 반으로 해서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를 하면 되는 거예요. 아주 간단한 거예요.

사마천 그렇구먼, 내 대신 노 대통령에게 이 말을 전해주게나. “죽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죽음에 처해서 살아가는 일이 어렵다.”(死者難也, 處死者難)

현 네, 자기 고집을 이제 와서 꺾는다는 일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죽는 일보다 어렵겠지만요. 하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일이니까요.

■ 사마천(司馬遷ㆍBC 145년경 ~ BC 86년경)

중국 전한 시대 역사가. '사기'(史記)의 저자. 흉노 정벌에 나섰다가 패배하여 투항한 장군 이릉을 변호하다가 황제의 노여움을 사서 사형에 처해졌다가 사형을 면하는 방법으로 궁형(宮刑)을 택했는데 이는 그의 나이 만 47세의 일이었다.

성기를 절단하는 잔혹한 형벌인 궁형은 누구에게나 엄청난 수치와 모욕감을 안겨주는 것이었지만, 사마천은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굴욕을 참고 견디면서 '사기'를 BC 91년께 완성했다. 사마천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태사령의 직책을 맡았는데 관리로서 그는 역법을 개정하는 일을 감독하여 태초력(太初曆)이라는 음력을 제정했다. 태초력은 청나라가 망한 1919년까지 사용되었다.

궁형을 받고 2년 뒤에 사면된 사마천은 환관이 되어 중서령에 임명되어 황제의 비서 노릇을 하였다. '사기'는 청나라의 건륭제가 정한 중국 정사 '24사'의 맨머리에 오르는 역사서로 사마천 자신이 원래 붙인 이름은 '태사공서'(太史公書)였다. 후세에 '사기'라고 불리면서 이 이름으로 전해지게 된 것이다. '사기'는 총 130편, 52만6,500자로 이루어졌다. '사기'의 편찬 스타일을 기전체(紀傳體)라고 하는데, 이는 제왕 중심으로 연도별로 역사를 서술한 본기(本紀)와 역사적 인물 개개인들 및 주변 이민족의 습속에 관해 쓴 열전(列傳)을 합쳐 부르는 것이다.

'사기'에는 본기 12편과 열전 70편 이외에도, 제후의 일을 기록한 세가(世家) 30편, 연표인 표(表) 10편, 천문 지리 예악 제사 등을 기술한 서(書) 8편이 포함되어 있다. '사기'의 백미는 흔히들 열전에 있다고 들 한다. 열전은 백이ㆍ숙제에서 시작하여 관중ㆍ안영으로 이어지고, 자객열전 흉노열전 유림열전 혹리(酷吏)열전 유협열전 화식(貨殖)열전 등을 거쳐서 태사공자서로 끝난다.

오늘날에서 보자면 자객열전과 유협열전은 무협소설이나 무협영화의 원류가 될 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으며, 성공한 상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화식열전은 사마천의 리얼리스틱한 현실인식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고대사와 관련된 부분은 조선열전(朝鮮列傳)에 적혀 있으며 소위 위만 조선을 중심으로 서술한 것이어서 우리 입장에서는 그대로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

태사공자서는 사마천이 쓴 서문 격의 글이다. 이 글에 더해서, 굴욕을 참고 살아 남아 '사기'를 저술해가는 상황을 친구에게 알린 편지 '임안에게 부친 서한'이란 글을 통해 우리는 사마천의 생애에 대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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