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특파원 칼럼] 폭풍전야 한일관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특파원 칼럼] 폭풍전야 한일관계

입력
2006.08.15 00:03
0 0

"총리 임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본인의 소신이라며 끝가지 참배를 고집하고 있으니…." 한일관계 개선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주 도쿄를 방문한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탄식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웃 국가 지도자의 행태에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끼고 있는 듯한 그는 "야스쿠니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 총리의 8ㆍ15 신사 참배 억지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 내 참배, 특히 8ㆍ15 참배 강행이 유력한 지금, 한일관계는 그야말로 폭풍 전야이다. 만일 고이즈미 총리가 보란 듯이 참배를 강행한다면 그렇지않아도 비정상적인 양국 관계가 얼마나 더 악화할 것인 지, 걱정의 소리도 많다. 무엇보다도 한국과 중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과거를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이 A급 전범이 합사돼 있고,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A급 전범의 존재를 부정하는 등 스스로 정리해야 할 국내적 문제들을 앞세워 이웃과의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일본 내의 행태에 대해서는 아연할 뿐이다. 일본 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참배가 또다시 이루어질 경우 한국 정부로서는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정상간의 만남이 단절되는 등 이미 악화할 만큼 악화한 양국관계를 고려할 때 필요 이상의 흥분과 과잉 대응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일본 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참배는 역사인식과 관련된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성급한 대응으로 양국관계를 파국으로 모는 것은 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의 마지막 참배는 좀 더 느긋한 자세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근거는 이렇다. 극단적인 보수ㆍ우익계를 제외한 대다수 일본의 정치가들과 언론, 그리고 국민의 과반수는 고이즈미 총리의 마지막 참배를 반대하고 있다.

상식을 가진 일본인들은 외교를 모르는 고이즈미 총리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부끄러워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인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옛 천황마저도 야스쿠니 신사가 A급 전범을 합사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고, 그 때문에 야스쿠니 신사에 발을 끊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 차분히 '포스트 고이즈미' 대비해야

이런 상황에서 강행하는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는 비상식적인 정치가 개인의 어이없는 해프닝 정도로 취급해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마지막 참배는 '목숨을 바쳐' 우정개혁을 달성했다는 개혁정치가 고이즈미가 시종 엉뚱한 논리로 이웃 국가들과의 불화를 초래한 수준 낮은 포퓰리즘 정치가로 정치인생을 마감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고이즈미 총리를 바라보며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향후 '포스트 고이즈미'의 동향을 살펴보면서 냉정하게 대응책을 만들어가는 차분함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질리도록 반복되는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에 대한 시시비비는 명명백백하게 짚어줘야 하겠지만.

김철훈 도쿄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