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외압’이냐 ‘직무해태’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경질 원인을 둘러싸고 현재까지 관련기관으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한국영상자료원과 아리랑TV, 신문유통원 등 모두 세 곳이다. 한국영상자료원과 아리랑TV는 유 전 차관이 청와대로부터 인사청탁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기관이고, 신문유통원은 청와대가 유 전 차관의 직무태만 근거로 지목한 곳이다.
한국영상자료원장
1974년 설립된 한국영상자료원은 한국영화를 관리ㆍ보존하는 국가 유일의 기관으로 2003년 원장공모제가 도입됐다. 영화평론가인 경희대 이효인 교수가 공모를 통해 첫 원장 자리에 오른 한국영상자료원장은 3년 임기로, 후보 공모 후 원장추천위원회가 서류 및 면접 심사를 통해 복수의 후보를 추천하면 문화부 장관이 임명하도록 돼있다. 원장추천위원회는 총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영상자료원 이사회가 추천하는 3인, 문화부에서 4인을 추천한다.
영상자료원은 이 원장의 임기가 7월 27일부로 만료됨에 따라 후임을 찾기 위해 영상자료원 이사 3인(영상자료원 이사회 추천)과 영화전문가 4인(문화부 추천)으로 구성된 원장추천위원회를 꾸리고, 6월15~29일 신임원장 공모를 실시했다. 총 7명의 후보가 지원했으나 형식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1명이 탈락, 총 6명의 후보가 면접심사를 거쳤고, 그 중 3인의 후보가 문화부에 추천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난달 20일 적격후보가 없다며 재공모 실시를 결정했고, 문화부는 추천위에 재공모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원장 공모에 응모한 한 후보는 “청와대가 유 전 차관에게 청탁한 인사가 3인의 후보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공모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며 “유 전 차관은 청와대가 추천위에도 외압을 넣을 것을 우려해 수 차례 공정한 심사를 당부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리랑TV 부사장
1997년 개국한 외국어 전문 방송채널 아리랑TV는 문화부 산하 국제방송교류재단이 운영주체다. 유 전 차관이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부터 낙하산 인사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한 부사장 자리는 구삼열씨가 사장이던 2004년 신설됐다가 올 6월 폐지된 자리. 올 3월 장명호 현 사장이 부임한 후 단행된 조직개편 때 조직슬림화 차원에서 없어졌다.
유 전 차관은 “이백만 수석이 부사장 자리에 부탁한 정치인 출신 인사를 거부하고, 경영실적 부진을 이유로 이 자리를 없애라고 주문한 이후 청와대 민정비서실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문유통원 직무
유 전 차관이 인사청탁 거절에 따른 괘씸죄로 경질됐다는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신문법 제정으로 신설된 신문유통원을 감독해야 하는 유 전 차관이 유통원이 부도 직전까지 갈 정도로 직무를 태만히 한 것이 경질의 핵심이유”라고 반박하고 있다.
신문유통원은 신문 공동배달을 통해 신문사들이 경영 활로를 뚫고 질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지난해 11월 출범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로부터 예산을 받지 못한 신문유통원이 몇 달째 직원 월급을 체불하고 부도 직전까지 몰리면서 강기석 원장이 개인 사채를 끌어다 쓸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고, 신문발전위원회 등 언론기관과 언론단체들이 강력 반발했다.
청와대는 입법 단계부터 신문법에 반대해온 유 전 차관이 이 사태를 수수방관하며 고의적으로 직무를 회피, 언론개혁을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뒤숭숭한 문화부
유 전 차관 경질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면서 문화부 직원들은 당혹감과 착잡함 속에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한 직원은 “6개월 만에 경질된 유 전 차관이 이메일로 보낸 이임사를 받아볼 당시만 해도 부내 게시판에 정부 인사의 부당성을 토로하는 게시물이 올랐을 정도로 안타까워하던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논란 확산과 함께 신중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선영 기자 aureov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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