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나이가 들면 잔병 치레가 늘어나듯이 자동차도 오래 타면 고장이 잦아진다. 자동차가 고장 나면 잘못된 부위의 부속을 갈아 끼워야 하는데, 전문가들은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자동차가 처음 만들어질 때 사용됐던 순정부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제작업체가 보증한 순정부품은 영세 업자들이 대충 만들거나 중국에서 수입되는 시중의 유사 부품보다 성능이 뛰어나고, 부품 교체로 사고가 날 경우 제대로 보상 받을 수 있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의 애프터서비스망에 순정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순정부품 범퍼와 시중에 유통되는 유사제품의 성능을 비교한 결과 순정부품 범퍼는 3.3톤의 압축 강도까지 견디지만, 유사부품은 1.5톤에서도 깨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시중 자동차 부품 가운데 20~30%는 가내공장에서 비밀리에 생산되거나 중국에서 수입된 뒤 점조직을 통해 유통되는 불량 유사품이나 재생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부분 운전자가 차가 고장 나면 정비업체에 모든 걸 일임하는 상황에서, 순정부품 사용여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부품 박스를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부품을 교환하거나 정비를 받을 때 정비사가 갖고 온 부품 박스에 자동차 회사 로고가 인쇄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포장 박스나 해당 부품에 검사필증이 붙어 있는지를 점검하는 방법이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검사필증을 떼어내면 ‘MOBIS’라는 글씨가 새겨진 홀로그램이 나타나며, 떼고 나면 절대 다시 사용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홀로그램 마저 위조한 가짜 중국산 부품이 나도는 상황을 감안하면 가장 확실한 것은 ‘정비ㆍ점검내역서’를 챙겨받는 방법이다. 상당수 정비업체는 차량을 수리한 뒤 경비 총액만 적은 영수증만 고객에게 건넨다. 그러나 불량 부품 사용, 부실 정비 등에 대한 사후 책임을 분명히 묻기 위해서는 ‘정비ㆍ점검내역서’를 챙겨야 한다. 모든 정비업체는 내역서에 정비작업 내용을 모두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하며, 이를 1년간 보존할 의무가 있다. 순정부품 사용 여부와 구체적 정비 방법이 적힌 내역서를 갖고 있으면 다시 고장이 나더라도 30~90일까지 무상수리를 받을 수 있다.
현대ㆍ기아차를 운행하는 사람이라면 현대모비스 홈페이지(www.mobis.co.kr)를 이용하면 순정부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 회사는 현대ㆍ기아차가 그 동안 만든 148개 차종, 101만개 품목의 소비자 가격과 부품 그림을 실시간 제공하는 ‘사이버 부품상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고객들은 자신의 차대번호나 차종 및 연식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필요한 부품의 가격과 부품명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 고객과 상담원 각자의 컴퓨터에 뜬 동일한 화면을 통해 화상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다.
■ 엔진·배출가스 부품 보증기간 더 길어요
순정부품을 사용하는 것 못지않게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취급 설명서와 보증서를 제대로 보지 않는 바람에 보증기간 내에 있는 부품도 자기 돈 내고 고치는 운전자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국산 자동차 보증기간이 차체 및 일반부품은 ‘2년ㆍ4만㎞’(기간 또는 거리 중 먼저 도래한 것 기준으로 이를 넘기면 보증기간 소멸)라는 점만 기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엔진ㆍ동력계통이나 배출가스 관련 부품 등은 보증기간이 훨씬 더 긴데도, 무상 수리 대신 자기 돈을 내고 고치는 경우가 많다.
엔진 및 동력계통의 무상보증 기간은 3년ㆍ6만㎞이며, 배출가스 관련 부품은 휘발유와 경유차는 5년ㆍ8만㎞, LPG차는 5년ㆍ12만㎞이다. 냉낭방 장치 역시 주행거리가 4만㎞를 넘어섰더라도, 운행 기간이 1년 이내이면 보증 수리를 받을 수 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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