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전 문광부 차관이 청와대 인사외압의 당사자라고 폭로한 이백만 홍보수석과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은 13일에도 공식대응을 삼갔다. 유 전 차관이 실명을 거론한 이래 “아리랑TV 부사장에 대한 청와대 인사청탁을 거절하자 홍보수석실에서 전화해 ‘배를 째달라는 말씀이죠. 예, 째 드리죠’라고 말하더라”며 연일 날을 세웠지만 침묵이다.
이 수석은 휴일인 이날도 출근했지만 사건이 터진 이래 줄곧 출입기자들과 전화통화도 되지않았다. 다만 양 비서관은 “모두 소설 같은 얘기”라며 이른바 ‘배 째드리죠’ 발언 논란을 부인했다. 양 비서관은 이날 “유 전 차관과 마찬가지로 나도 공직자로 명예를 존중한다”며 “할 말이 많지만 본인(유 전 차관)의 명예 등을 감안해 말하지 않겠다”고 간략히 언급했다.
소극적 대응으로 발을 빼온 청와대 입장도 변함이 없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이 수석 등의 통화는 정상적인 업무협의로 문제될 게 없고, 경질사유 역시 정책과 관련한 직무해태때문”이란 공식반응만 반복했다. 이 수석과 양 비서관의 침묵에 대해서도 일찌감치 지난 11일 “(당사자들이) 해명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듣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양측 모두 긁어 부스럼이라는 판단이다.
이 같은 청와대 움직임은 유 전 차관 경질파문이 낙하산 인사 공방 등 의외의 사태로 번지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 그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몇몇 언론의 비판 보도에 누구보다 강하게 각을 세웠던 이 수석과 양 비서관의 의도된 침묵도 이런 맥락이다.
이 수석만 해도 지난달 28일 “조선일보는 국가원수를 먹는 음식에, 동아일보는 저잣거리 안주로 삼는 등 마약과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두 신문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등 참여정부 변호에 적극적이었다. 그는 언론사 기자를 거쳐 2004년부터 국정홍보처 차장으로 일하다 지난 2월 홍보수석에 발탁됐다.
양 비서관 역시 2004년 조선ㆍ동아일보에 대해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워라”고 비난한 데 이어 “왜곡매체에 대한 취재거부는 일종의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주장을 펴왔다. 2002년 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양 비서관은 참여정부 출범 당시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실 행정관(3급)으로 들어와 비서관으로 승진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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