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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로마의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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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로마의 소나무

입력
2006.08.1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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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소나무'라는 교향시가 있다. 20세기 전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작곡가 레스피기의 3부작 중 하나다. 교향시라는 장르는 쇠퇴했으나 '로마의 소나무'는 여전히 아름답다. 레스피기를 모르는 한국 사람도 로마에 가면 소나무에 관심이 많아진다.

소나무들이 예쁘고 특이한 형태로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그 나무들은 우산 형태, 혹은 고대 로마병사의 투구 모양으로 잘 다듬어져 있다. 자세히 보면 원래 한국 소나무와 형태가 약간 다르다. 가지가 촘촘하고 가지런히 뻗어 있어, 밑동만 다듬으면 위는 자연히 둥그런 모양이 된다.

▦ 소나무는 우리에게도 친근감을 준다. 낙락장송도 운치가 있지만, 소나무는 작거나 어려도 의젓한 거목의 풍모를 보인다. 서울 중구가 가로수를 지금의 은행나무, 버즘나무(플라타너스)에서 소나무로 바꿀 계획이다.

중구가 서울의 중심부인 데다 남산이 있고 문화재가 많기 때문에 이와 어울리는 소나무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소나무와 조화를 이루는 전통한옥은 거의 사라졌고, 거리가 대부분 서구화한 중구에 합당한 일인지 의문스럽다. 많은 조경 전문가들도 이 계획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 가로수에는 몇 가지 조건이 따른다. 자동차가 만드는 대기오염과 병충해에 강해야 하고, 하절기에는 잎이 무성해 그늘을 만들되 동절기에는 잎이 져서 길이 햇볕을 충분히 쪼여야 하며, 잎이 질 때도 한꺼번에 져서 청소하기 쉬워야 하는 조건 등이다.

은행나무와 버즘나무는 이런 조건들에 맞는 듯하나, 소나무는 그렇지 않다. 부차적 문제일지 모르나, 나무 심고 가꾸는 비용도 소나무가 은행나무 버즘나무에 비해 2~3배나 많이 든다고 한다.

▦ 유럽 얘기를 다시 꺼내 미안하지만,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대도시 런던과 파리에는 버즘나무가 가로수의 주종을 이루고 있다. 다만 그 곳 버즘나무 종 역시 우리 것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잎의 크기가 우리 버즘나무처럼 크지 않고, 절반만 한 것이다. 그럼 로마의 소나무는 무엇인가? 특이한 소나무가 모양을 뽐내고 있는 곳은 주택가 정원이나 외곽의 옛 도로 뿐, 찬란한 시가지 도로에는 역시 버즘나무 가로수들이 서 있다. 중구가 공연히 훌륭한 은행나무, 플라타너스 가로수를 뽑아내는 데 예산을 허비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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