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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 총리 "지지자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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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 총리 "지지자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

입력
2006.08.1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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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 총리는 13일 “(지지자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서 영화 ‘괴물’을 관람한 뒤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대선행보를 본격화할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시사한 것으로 들렸다.

사실 영화관람 및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라는 이벤트를 모처럼 마련한 것 자체가 그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임을 예고하는 증좌다. 28일이면 ‘희망한국국민연대’(희망연대)도 출범한다.

그래서인지 정부에 대한 쓴 소리가 어느 때보다 많았다. 매사에 돌다리도 두들겨 가는 식의 평소 언행과는 달랐다. 민심의 흐름이 참여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그로 하여금 정권에 비판적 입장에 서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듯 했다. 여당이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겠다고 나서는 판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을 수도 있다.

고 전 총리는 최근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등 국방과 대미 외교 문제를 건드렸다. 그는 먼저 “작전권 환수문제는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하므로 정부가 먼저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점이 아니라 환수할 준비가 돼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5개년 국방계획이 실질적으로 완성되는 시점이 환수시기이지 2009년, 2012년 식으로 못박을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2009년이든 2012년이든 무방하며, 당장이라도 작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고 전 총리는 또 “통일국가로 뻗어가려면 우호적 국제 세력인 미국의 지원을 받아야 하고, 독일도 미국 지원을 받고 있다”며 “그러려면 미국을 활용하는 용미(用美)가 중요한데 이 정권은 용미를 잘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대북문제도 재검토해 대화와 포용원칙은 유지하되 구체적 정책 수단을 업그레드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 같은 공격적 자세변화는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등 경쟁자들을 의식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시장 임기를 원만히 마무리한 뒤 전국 정책투어에 들어갔고, 박 전 대표는 잠시 쉬고 있음에도 그간 선거 연승을 통해 인정 받은 리더십과 대중적 지지가 여전하다. 이에 반해 고 전 총리는 당 조직의 부재와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는 행보로 무언가 정체돼 있다는 인상을 준 게 사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요즘 들어 적지 않은 여론조사에서 3위로 주저 않았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는 “여론조사라는 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라며 짐짓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지만, 정말 속이 편할 리는 없다. 이런 상황이 그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목소리를 내게 한 것은 아닐까.

“고 전 총리는 연대에 앞서 현 정권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민주당 조순형 고문의 언급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그에겐 다소 편치 않은 질문을 던졌다. “현 정부가 하는 일에 시시비비가 있다”는 원론적 답이 돌아왔다. 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이 정권을 마냥 비판하기도, 두둔하기도 어려운 입장의 반영이었다. 또 “지지 층이 호남에만 치중돼있다”는 지적에는 “(전국적인 지지율 상승을 위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달라”고 말을 잘랐다. 아무튼 여름이 지나면 정치현장에서 그의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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