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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동북아 평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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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동북아 평화를 위하여

입력
2006.08.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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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육십한 번째 광복절이다. 그러나 동북아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분단은 여전하고 북핵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긴장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일본의 군국주의화 움직임과 독도에 대한 시비, 중국의 동북공정 등 걱정이 한둘이 아니다.

문제는 이에 대응한다며 우리 사회에도 우익민족주의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독도 사태가 심각해지자 대표적인 반북우익 논객인 이문열씨가 북한에게 독도에 미사일기지를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친북 주장’을 하고 나선 바 있다.

● 우익민족주의 악순환 끊어야

이번 광복절에 극장에서는 일본에 대한 우익 민족주의적 대응을 다룬 영화가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고 텔레비전에서는 고구려 역사물이 두 개씩이나 방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 같은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계화의 시대라고 하지만 동북아의 경우 한 나라의 우익민족주의가 다른 나라의 우익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이것이 다시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심각하게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일보 보도에 의하면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이 국민의식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본에 대해 호감을 갖는 한국민이 17.1%에 불과하는 등 양국간의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지난해 독도 문제가 터질 당시만 해도 독도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다수였던 일본 국민이 이제는 무려 59%가 한일 양국의 관심 분야로 독도 문제를 들 정도로 독도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동북아의 우익민족주의가 점점 심화되어 정면충돌함으로써 침략과 살생으로 점철됐던 20세기 전반부 동북아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결국 동북아의 시민사회, 특히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의 평화양심세력들과 시민들의 몫이다.

이 점에서 서로의 역사를 함께 비판적으로 연구하며 공동의 역사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는 동북아의 역사학자 모임 등 여러 선구적 노력들이 소중하기만 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환경재단이 오래전부터 세계를 항해하며 토론과 현장방문 등을 통해 평화를 위해 노력해온 일본의 피스보트와 함께 지난해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피스앤그린(Peace & Green) 보트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지식인이나 저명인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반면 이 프로그램은 평화와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크루즈 여행에 대한 호기심에서 일본을 떠나 한국, 중국을 도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일본의 평범한 시민들이 한국에서는 정신대 할머니들, 그리고 중국에서는 난징 학살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으면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또 그 같은 광경을 바라보면서 언젠가 우리도 가해자로서의 우리의 역사가 각인되어 있는 베트남을 이 같은 프로그램으로 방문해 잘못을 반성하고 속죄를 구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피스앤그린 보트의 교훈

이 개인적 기원이 통한 것인지 피스앤그린 보트가 올해는 한국과 일본의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우리의 역사가 새겨져 있는 베트남을 함께 방문하기로 한 것은 손뼉을 쳐 환영해주고 싶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다만 지난해처럼 광복절에 맞추어 8월에 진행하지 못하고 12월로 연기한 것이 아쉽기는 하다.

물론 한국과 일본 모두 각각 나름의 이유에 의해 정치권만이 아니라 시민사회까지도 보수화되어 우익민족주의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희망은 여전히 시민사회, 특히 평화를 사랑하는 민중과 민초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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