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강원 평창군 용평면과 진부면 일대. 수해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됐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상흔은 여전했다.
응급 복구한 도로와 제방은 위태로워 보였고 한창 곡식이 여물어야 할 논밭은 모래더미로 변한 채 가라앉아 있다. 토사더미에 묻힌 보금자리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한숨소리만 적막한 동네를 흔들고 있다.
주민들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않고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깊은 상처를 극복하기에는 절망과 상처가 너무 깊어보였다.
곳곳이 유실된 용평면~진부면간 31번 국도는 모래주머니로 응급복구, 차량들이 조심스레 운행하고 있었다. 하천변에는 쓰러진 전봇대와 상류에서 떠내려온 콘크리트 구조물, 반파된 가옥, 뿌리째 뽑힌 나무 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평시 같으면 행락객들로 붐빌 하천인데 복구작업을 하는 중장비 소리만 요란하다.
용전1, 2교, 속사1교 등 다리는 상판 위 철제난간이 부서지고 떠내려가 폭탄을 맞은 형상이다. 도로 곳곳에는 수재민 격려 플래카드가 널려있지만 정작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은 급격히 줄었다. 진부면의 경우 하루 자원봉사자가 1,500~2,000명에 달했으나 요즘은 100명도 안 된다.
용평면 장평리 하천 변에 혼자 사는 신모(75) 할머니는 집이 반파돼 이웃집 밭에 설치된 컨테이너에서 기거하고 있다. 그러나 낮에는 찜통더위에 고생하고, 새벽이면 벌써 한기가 느껴져 올 겨울을 날 생각에 걱정이 태산이다.
용평면 속사리 속사보건소와 교회, 주변 가옥 6채는 지붕까지 쌓인 토사더미도 채 치우지 못하고 있다. 박용녀(68ㆍ여)씨는 “토사를 파내면 집이 무너지기 때문에 파내나 마나라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
용평면 이목정1리 김철규(54)씨는 “감자밭이 유실돼 남은 땅에 새로 배추를 심었는데 나뒹구는 감자를 보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는 진모(55)씨가 실종됐으나 아직 찾지 못해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번 폭우로 강원도에서는 44명의 인명피해와 2,510세대 6,38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유실되거나 침수 등 피해를 당한 주택도 2만2,445동에 달한다.
당국은 집단이주나 신축 등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부지매입 설계 건축 등에 1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주민들은 그러나 미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다시 일어서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진부면 하진부리 체육공원에 설치된 37개의 컨테이너에는 더위를 막기 위한 지붕공사가 한창이다. 주민들은 불볕더위에 시달리면서도 밤낮으로 수해복구에 나서고 있다. 당국도 10월말까지 주택복구를 완료하고, 평창 인제 영월 등 10개 지역에 이주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정순재(하진부 2리 ㆍ74) 할머니는 “집이 무너져 헛간, 학교 등지로 2주일간 전전하다 컨테이너로 왔다”며 “살려고 발버둥치고 있지만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평창=곽영승 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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