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독일의 소설가 귄터 그라스(79)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나치 친위대(Waffen SS)에서 복무한 사실을 인정, 충격을 주고 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인터넷판은 11일 그라스가 자신의 젊은 시절과 전쟁 시기를 담은 회고록에 대해 얘기하던 중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고 그라스와의 인터뷰 내용을 발췌해 보도했다.
그라스는 인터뷰에서 15세가 되던 해 부모님의 집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잠수함 복무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했으며 이후 노동 봉사자로 군부대 지원 업무를 하다, 17세 때 드레스덴에 주둔한 무장 나치 친위대 제10 기갑사단으로 발령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독일어로 '보호군'을 의미하는 SS는 원래 히틀러를 위한 소규모 경호대였으나 이후 강제수용소를 운영하고 정치적 반대자인 유대인, 집시, 폴란드 지도자, 공산주의자 등을 학살하는 임무를 담당하는 거대 조직으로 변형됐다.
그라스는 당시에는 SS친위대에서 복무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나 전쟁이 끝난 후 "수치스러운 감정으로 괴로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9월 발간 예정인 회고록에 대해 "오랜 세월의 침묵이 회고록을 쓰게 된 이유"라면서 "마침내 이 책을 내놓게 됐다"고 고백했다.
나치 시대에 성장하고 전쟁에서 살아남은 독일 세대의 문학적 대변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그라스는 소설 '양철북'으로 199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독일 사회민주당의 중요한 지지자로 외국인 혐오증과 전쟁에 반대하는 등 행동하는 지성으로 꼽힌다.
박희정 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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