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부의 8ㆍ15 특별사면 명단이 발표되자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이번 사면은 법치도 염치도 무시한 무차별적 측근 살리기"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런데 지난해 부처님 오신 날과 8ㆍ15 사면 때도 한나라당은 거의 똑 같은 비판을 했었다. 그리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대통령의 특별사면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의 사면법 개정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나라당을 포함한 야당이 국회에 제출한 사면법 개정안이 7개에 달하는 것은 이런 연유다.
당시 야당은 정대철 , 이상수 전 의원 등 노 대통령의 측근이 대거 사면ㆍ복권 되자 부랴부랴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 제출 후에는 "사면법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 "열린우리당이 사면법 개정 논의에 적극 나서 줄 것을 적극 촉구한다"며 공세를 폈다.
그러나 개정안들은 1년 동안 국회에서 낮잠을 잤다.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한번도 논의되지 않은 것이다.
당연히 개정안을 발의한 쪽이 의지를 보여 우선심사대상 법안으로 청구하는 등 처리를 서둘러야 하는데, 그 동안 소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게 대다수 법사위원들의 전언이다.
결국 사면이 이뤄질 때만 정치공세를 펴고, 개정안을 제출하는 등 제스처를 취하다가 시간이 흐르자 나 몰라라 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물론 이번 사면은 대통령 측근 봐주기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비판하는 한나라당 등 야당도 공세 거리로만 활용 할 게 아니라,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얼마나 책임 있는 행동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할 바에야 개정안을 스스로 철회하는 게 낫다.
정치부 신재연기자 po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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