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더위가 40도에 육박한 지난 11일 낮 경북 안동 하회마을. 수십 대의 전세버스와 승용차 행렬이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이 마을로 진입했다. 이들이 향한 곳은 하회마을 소나무 군락지인 만송정. 수백년 생 소나무가 몰려있는 지역이다. 이날 행사는 ‘자연보호 경상북도협의회가 주관한 ‘자연환경보전 명예지도원 자연정화대회’로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비롯, 도내 명예지도원 1,0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 목적은 생활쓰레기 수거 및 자연보호 켐페인이었지만 이들을 지켜보는 관광객들의 눈길은 곱지 않았다. 무엇보다 행사가 열린 현장은 그동안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교대로 휴식년제를 실시하는 곳이다. 자연보호캠페인을 하겠다고 하면서 자연보호대상지 주변에 수십대의 전세버스와 승용차를 세워두고 대규모 행사를 펼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 자리 전면에 걸려있는 대형 플래카드 였다. ‘김관용 도지사 취임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는 이 모임의 취지와 성격을 한눈에 알려주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민간단체가 사전에 상의 없이 한 것이라고 변명하지만 양측의 속셈은 뻔하다.
또한 일반차량의 통행이 금지된 하회마을 골목에는 검은색 승용차들이 자유롭게 다녔다. 마을 내부를 돌아보려는 도 고위관계자 차량이었다. 땡볕을 걸어다니고 있던 가족단위 관광객들은 먼지를 날리며 돌아다니는 이 승용차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다. 게다가 점심식사를 전후해서는 참석자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술판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날 들어간 행사비는 모두 1,600만원. 경북도가 도비로 1,000만원을 지원했고, 주관단체인 자연보호협의회는 600만원을 냈을 뿐이다.
도대체 아까운 혈세를 써가며 의심스러운 자연보호 캠페인을 벌인 배경과 그 성과는 무엇인지 경북도는 속시원히 밝혀야 한다.
안동=권정식기자 ms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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