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자신의 경질 사유를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정부 산하기관의 낙하산 인사 실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난달 말까지 정부 산하기관의 상근직 임원의 출신 및 주요경력을 보면 정치인과 관료 출신이 각각 162명, 163명이었다. 기관장이 121명으로 가장 많았고 감사와 이사도 각각 88명, 80명이었다. 물론 전부를 낙하산 인사로 보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중앙인사위원회가 분석한 100개 기관 가운데 7곳만이 내부 승진을 통해 기관장이 선임됐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개방형의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천명했고, 이는 인사수석실 신설, 기관장추천위 제도화, 정부산하기관 임원 공모제 매뉴얼 개발 등으로 구체화됐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선 달랐다. 상임감사 임명을 두고 증권선물거래소가 파업 위기를 맞고 있던 지난달 25일 “코드인사, 낙하산 인사라고 하는데, 코드가 안 맞는 인사를 하면 잘 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던 국무회의 발언이 단적인 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인식 변화는 공기업 기관장이나 임원 인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과 박재오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이정환 한국양수산개발원 원장, 한행수 대한주택공사 사장, 김하경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등은 우리당의 총선 출마자들이다. 박정훈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 방용성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이성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등은 여권의 국회의원 출신이다. 건보공단의 경우 우리당 후보로 17대 총선과 5ㆍ31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이재용 전 환경장관의 이사장 내정설로 시끄럽다.
기관장급에 준하는 감사 임명과 관련해선 낙하산 인사가 더 두드러진다. 김재일(대한건설협회), 권형우(한국공항공사), 여인철(한국과학기술원), 노재철(사학연금), 박병용(한국농촌공사)씨 등 63명의 정치인이 이미 상임감사로 발령을 받았다. 최근엔 지난 3월 공직자 골프금지령을 어겨 물의를 빚었던 김남수 전 청와대 비서관이 한국전기안전공사의 감사로 임명됐고, 청와대가 추천한 386세대 회계사의 임명 여부로 증권선물거래소는 파업에까지 이르렀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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