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콜금리를 연 4.50%로 0.25%포인트 전격 인상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2000년 10월 상황과 닮은 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금통위는 경기가 정점을 찍고 미끄러지기 시작한 상황에서 콜금리를 올리는 바람에 ‘뒷북 인상’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금리인상의 배경이 고유가에 따른 물가 불안이란 점도 지금과 비슷하다.
금통위가 2000년 10월 콜금리를 연 5.25%로, 0.25%포인트 인상했을 당시 경기 흐름은 하락세였다. 경기동행지수가 8월 102.3을 찍은 후 10월은 101.4로 떨어지고 있었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역시 2000년 1분기 김대중 정부 들어 최고치인 13.13%(전년동기대비)를 기록한 뒤 2분기 9.35%로 주춤해지고 있었다.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이 6.12%로 참여정부 들어 최고치까지 오른 뒤 2분기에 5.25%로 떨어진 현재 상황과 똑 닮았다. 증권시장도 비슷해 코스피 지수가 2000년과 올해 모두 상반기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급락했다. 유가 역시 2000년 배럴당 30달러선을 넘어서며 물가를 자극했던 점도 올해와 비슷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경기 하강과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이란 엇갈린 신호로 금통위가 딜레마에 빠졌던 것이다.
문제는 6년 전이나 올해나 모두 성장세에 걸맞게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고 실기를 했다는 점이다. 호경기에 금리를 적절하게 올리면 경기과열을 예방하고 확장국면을 연장해 연착륙을 유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시 금통위는 최고 성장세를 보이던 2000년 1분기에 한번 0.25%포인트만 올린 뒤 뒤늦게 10월 올렸고, 올해 역시 호황이었던 2월에 1번 올린 뒤, 3,4,5월은 금리를 동결했다. 결국 성장기 때 금리를 올리지 못했던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돼 하강 조짐이 보이던 6월과 이번 8월 금리 인상으로 이어졌다.
2000년 10월의 금리 인상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경기는 예상보다 더욱 급랭해 GDP 성장률이 8.23%(3분기) 4.32%(4분기) 3.50%(20001년 1분기) 등으로 추락해 2001년 말이 돼서야 회복 조짐을 보였다. 경기가 얼어붙자 금통위도 결국 금리를 올린 지 4개월 만인 2001년 2월 금리를 인하하며 통화정책의 방향을 되돌리고 말았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원은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대응한다고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분석해보면 경기를 뒤따라 가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번 결정 역시 경기 흐름에 비해 한발 늦은 탓에 자칫 경기하강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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