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Mini', GM의 배기량 2,800~3,600㏄ '글로벌 V6 엔진', 포드의 '에스케이프 하이브리드'….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지만 이들 차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영국의 자동차 엔지니어링 회사인 리카르도(Ricardo)가 해당 자동차회사와 공동 개발한 차량들이다.
지금 세계 자동차 업계엔 아웃소싱 바람이 한창이다. 비밀주의 전통을 고수하던 일본 업체들마저도 닛산과 스즈키가 프랑스 르노에서 디젤 엔진을 조달하는 등 신형차 개발이나 핵심 부품 조달을 외부 회사에 맡기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2만~3만개에 달하는 부품을 모두 스스로 조립하고, 신차 개발에서 판매까지의 모든 과정을 직접 떠맡던 관행이 깨지고 있다.
현대차의 재무제표에는 아웃소싱 성과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 회사는 1999년 11조6,619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냉연강판과 열연강판 등 재료 구입에만 매출액의 75%인 8조8,220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2005년에는 매출액(27조3,849억원)의 68.1%인 18조6,764억원을 재료비로 사용했다. 재료비 비중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아웃소싱이 커졌다는 뜻. 이 기간 동안 냉연강판 가격이 71%나 급등한 것까지 감안하면, 현대차의 원가경쟁력은 두 배 이상 늘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현대차 재무제표를 화려하게 장식한 아웃소싱의 축(軸)은 현대모비스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ㆍ기아차 경영권을 확보하기 전에는 현대정공에서 갤로퍼를 만들며 자동차 사업의 꿈을 키웠다. 현대차 그룹 출범을 계기로 현대정공이 부품회사로 거듭난 회사가 바로 현대모비스다.
2005년말 현재 매출액 7조5,477억원으로 세계 20위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는 첨단 모듈을 공급하며 현대차의 경쟁력을 떠받치고 있다. 모듈이란 완성차 공장에서 일일이 조립하던 개별 부품을, 관련 부품끼리 미리 조립한 것. 모듈화를 통해 완성차 업체는 조립라인을 슬림화할 수 있어 비용절감과 시장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국내에서는 연간 235만대(5개 공장)의 섀시모듈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운전석모듈과 프런트엔진모듈 생산능력도 각각 230만대와 75만대에 달한다. 또 중국, 미국 등 해외에서도 연간 73만대의 섀시 및 운전석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특유의 철저한 경쟁시스템이 아웃소싱이 성과를 극대화했다고 평가한다. 현대모비스 울산공장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사람들은 지독하다. 모듈 공급이 단 몇 분만 지연돼도 수 십만원에서 수 백만원의 지연 보상금을 매긴다"고 말했다. '가족회사'이지만, 품질관리 만큼은 '남보다 더할 정도'로 엄격하다는 얘기다.
정보기술(IT) 혁명도 자동차 업계의 풍경을 바꿔 놓고 있다. 과거에는 디자인과 설계를 한 뒤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실제 모델을 만들어 오류를 시정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IT혁명으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이 보급된 뒤에는 시제품을 만들지 않아도 설계 오류를 잡아 낼 수 있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 개발과정에서 고객 요구를 신속하게 반영하고 개발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세계 200개국에 뻗어 있는 현대차의 네트워크를 통합한 제품수명 주기관리(PLM) 전산망을 2007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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