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또 오고 싶어졌어요. 왜냐구요? 우리는 하나잖아요.”
9일 금강산. 인천의 한 보육원에서 온 A(12)군은 막 구경을 마친 만물상 쪽을 돌아보며“지금은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지만 언젠가 꼭 하나가 돼 같이 살게 되면 좋겠어요”라고 못내 아쉬워 했다. 경남 밀양시의 보육원에서 왔다는 B(11)군은 “이번에는 차창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기만 해야 했지만 다음엔 꼭 북한 친구들을 만나 정답게 얘기해 보고 싶어요”라고 다짐했다.
7일부터 9일까지 북녘 금강산에선 부모를 잃거나 가정형편 때문에 보육원에서 자라는 전국의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 30명이 나라와 민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학생복을 만드는 ㈜에리트베이직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한국아동복지시설연합회와 손잡고 마련한 자리였다.
지난해는 독도를 찾았고 이번에는 ‘나라사랑 금강산 캠프’를 준비했다. 홍종순 에리트베이직 대표는 “어린이들이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끼고 통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북한을 한층 더 가깝게 느끼게 도와주자는 뜻에서 금강산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캠프 비용은 에리트베이직 전국 매장에서 쇼핑백을 팔아 모금했다.
첫날인 7일 아이들은 북한 동포들을 처음 보고 꽤나 긴장한 듯했다. 육로로 금강산에 향하는 관문인 강원 화진포 아산휴게소와 비무장지대를 거쳐 갑자기 TV에서나 보던 북한 군인이 나타나자 몇몇 아이들은 무서운 듯 움찔하기까지 했다. 북한 출입사무소에 도착해서 여행증을 들고 아이들은 두리번대기 시작했다. 찜통더위까지 겹쳐 얼굴에는 땀이 흘렀다.
하지만 여행증에 도장을 꾹꾹 눌러가며 환히 웃는 북측 관리원의 얼굴은 아이들의 긴장을 어느새 눈 녹듯 사라지게 했다. “꼬마 동무들, 어서 오시라우.” 숙소인 ‘구룡마을’에 짐을 푼 아이들은 해질녘까지 금강산 해수욕장에서 물장난을 치며 즐거워했다.
8일엔 천하절경을 자랑하는 구룡연과 삼일포를 돌아봤다. 대전의 한 보육원생인 C(12)양은 “금강산은 그냥 흙으로 된 산이 아니라 울퉁불퉁 돌산이어서 독특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어 한 것은 평양 모란봉 교예공연단의 공연이었다. 아이들은 묘기 하나 하나에 탄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D(12ㆍ전북 군산시)군은 “정말 최고였어요. 공연 도중에 출연자가 ‘하나’라고 쓴 한반도기를 펄럭일 때는 저도 모르게 그냥 박수가 나왔어요.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금강산=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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