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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미라 이야기 '미라의 사랑을 추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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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미라 이야기 '미라의 사랑을 추적하라'

입력
2006.08.1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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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필 고티에 글ㆍ김주경 옮김 / 파랑새어린이 발행ㆍ1만7,000원

유럽에서는 18세기까지 미라를 상품으로 사고 팔았다. 미라는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하기도 하고 부적으로도 쓰였다. 19세기 들어 유럽의 고고학자들이 이집트로 몰려가 수많은 종류의 미라를 발굴하면서 미신의 영역에 머물던 미라는 점차 역사의 장으로 실체를 드러냈다.

프랑스 작가 테오필 고티에(1811~1872)의 ‘미라 이야기’는 이집트 미라와 벽화, 왕궁과 신전, 이집트인의 옷차림 등을 한편의 영화처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집트를 한번도 가보지 않고 쓴 소설이지만, 당시의 고고학적 성과를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다.

영국의 젊은 귀족 에반데일과 독일의 고고학자 롬피우스는 이집트 나일강 부근 ‘왕들의 골짜기’에서 3,500년 동안 잠들어있던 무덤 하나를 발견한다. 뜻밖에도 파라오만 들어갈 수 있는 지하궁전의 석관에는 아름다운 미녀가 누워있었다. ‘어린아이처럼 가늘고 섬세한 선과 함께 여성으로서 매력을 완벽하게 갖춘 여인의 아름다움이었다.’

에반데일은 옛날로 돌아가 이 여인을 사랑하고픈 욕망을 느낀다. 그 또한 ‘하도 잘 생겨서 남자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만한 외모’를 갖췄다. 그 때 여인의 신분과 지위 등이 적힌 파피루스 두루마리 하나가 툭 떨어진다. 롬피우스는 3년에 걸쳐 파피루스를 해독한다. 소설 속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미라의 사랑 이야기’이다.

고티에는 한때 화가를 꿈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인물의 성격과 줄거리를 강조하기 보다는, 섬세한 배경 묘사와 색채적 요소가 강한 문체를 구사하는 게 특징이다. 해서 글을 따라가다 보면 소설을 읽고 있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그림이나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식이다. “여인의 섬세한 얼굴 선은 순수 혈통을 자랑하는 전형적인 이집트 미인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다. 피부에서는 황금빛과 분홍빛 색조가 동시에 느껴졌다. 석류 꽃잎처럼 붉게 칠한 약간 도톰한 입술이 반쯤 벌어지자, 희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 가지런한 이들이 진주처럼 촉촉한 빛을 내며 반짝거렸다.”

고티에는 ‘예술을 위한 예술’을 주창했던 프랑스의 낭만파 시인으로, 소설 무용 연극 등 다방면에서 활동했다. 화려한 문장과 환상적인 소재를 다룬 소설로 각광 받았으며, 1858년 발표한 ‘미라 이야기’는 당시 문단에서 “고고학 소설이라는 새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을 들었다. 국내에서 처음 번역된 작품이며, 대상은 중ㆍ고교생. 아름다운 묘사가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고재학 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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