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경위와 이유를 단순화해 설명하기는 어렵다. 당사자가 이미 숨진 후이니 이를 분명하게 알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통계수치로 확인되는 것은 우리나라 자살 증가율이 세계 1위이고, 계속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 경찰청 자료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자는 1만4,011명으로 하루 평균 38.39명이었다. 전년도보다 718명이 늘어난 수치다. 보건복지부는 2004년부터 자살예방 대책 5개 년 계획을 세워 실시 중이지만 그 첫 해부터 자살은 늘고만 있으니 자살예방의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 언론의 자살보도권고기준은 자살 예방을 위해 사회적으로 마련된 조치들 중 하나다. 2004년 7월 29일 보건복지부 한국기자협회 한국자살예방협회가 함께 만든 이 기준은 자살에 대한 묘사는 물론 동기도 함부로 단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신중하고 사려 깊은 노력과 실천을 촉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 준칙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한 마디로 자살보도의 영향이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부족하기 때문임은 분명하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이에 대한 국내 연구 실적이 빈약한 것도 하나의 방증이다.
■ 그나마 단국대 김연종 교수의 지난 해 실증연구가 드물게 나온 업적이다.보도기준 공표 전후 8개월씩의 신문 보도를 분석한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 언론은 예방은커녕 자살사건을 확대하거나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의 결론은 "자살사건 보도에 있어서 사회적 의미, 독자에 대한 영향, 잠재적 자살자에 대한 배려 등을 고민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언론이 저지르는 잘못은 자살이유의 단순 확대, 자극적 선정적 표현, 자살자에 대한 이해와 암묵적 동조 등인데, 이는 잠재적 자살자에게 자살을 부추기는 요소가 될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 자살보도의 영향력에 관해 언론인들은 의외로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다수 기자들이 언론보도로 인해 자살자가 증가한다는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으며, 실제로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1744년 괴테의 소설 '??은 베르테르의 슬픔' 영향으로 모방자살이 증가한 현상을 발견한 이후 미디어와 자살의 관계는 오래 전부터 입증돼 왔다. 경찰청 자료에는 노인과 여성의 자살률이 특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보도의 문제 이전에 각박한 사회에서 약자가 내몰리는 현상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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