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용조정이 쉽고 비용이 덜 드는 비정규 근로를 지나치게 활용하는 것이 사회 현안으로 등장한 지도 어언 7년 째다.
이러한 일방적 노동시장 유연화는 근로자에게는 낮은 임금, 저조한 부가급부와 사회보험, 미비한 고용안정성을 의미한다. 참여정부는 비정규 근로 남용 방지와 차별적 처우 해소를 원칙으로 삼고 보호방안을 논의, 법안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공공부문 비정규 근로 실태를 보면 오히려 3년 전보다 더 많은 비정규 근로자를 쓰고 보수격차는 민간부문과 마찬가지로 나타나, 공공부문이 선도하여 비정규 근로의 남용과 차별적 처우를 해소하겠다던 2004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무색하다. 올 4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키로 한 정부는 4개월 만인 지난 주 초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종합대책의 기본정신은 비정규 근로의 남용과 차별적 처우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시업무에는 원칙적으로 정규직('무기계약근로자')을 쓰고 비정규 근로는 '불가피할 때' 활용하되 차별은 없애고, 핵심업무는 직접 수행하되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주변업무에 대해서는 외주화를 허용하고, 간접고용 근로자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 예산 및 입찰방식을 개선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민간부문이 이를 모범사례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도 숨어있다.
민간부문 노사는 예상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일단 환영하면서도 숫자에 연연, 실망하는 표정이다. 공공부문 비정규근로자 31만명 중 불과 5만4,000여명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됨을 강조, 당초 기본정신이 부처협의과정에서 한 발 물러선 것 아니냐며 폄하한다.
경영계는 '무분별한 정규직화'가 민간부문 노동시장에 미칠 압력을 걱정한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저해하고, 노사관계에 새로운 불씨를 제공하는 한편 공공부문 효율성은 저해될 것이라 예견한다. 나아가 고용 총량이 줄어들고, 정규직 전환자들은 혜택을 누리는 반면 비정규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사람들로부터 일할 기회를 빼앗아 양극화는 심화할 것이라 주장한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공공부문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공공재로 공공성이 최우선이다. 국민 세금이 주된 생산요소라는 점에서 효율성 역시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을 고용한다는 측면에서 인력 활용, 특히 보수에서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
이번 대책은 무분별한 구조조정으로 흐트러진 공공부문 인력활용에 원칙을 세우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공부문이 저임금과 사회보험 적용배제라는 부당한 처우를 하며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보수체계를 포함한 전반적 공정성 확보에 대한 언급이 빠진 점이 아쉽다. 오랫동안 일해 왔기 때문에 기여한 것보다 지나치게 높은 보수를 주는 것은 공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포기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간부문 노사는 부당한 처우를 바로 잡아가는 과정에 반발하지 말고 이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대신 더 나아가 공공부문이 못하는 일을 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성은 높이고 이중성은 없애기 위한 혁명을 시작해야 한다.
노사가 생산성에 기반을 둔 합리적이고 공정한 보수체계를 만드는 혁명이다. 이제 머릿속에만 있던 혁명을 실천으로 옮기라는 메시지가 전해진 것이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